미국 IT기업의 굴욕..."너 내수주니? 수출주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한파가 몰아치면서, IT의 중심으로 여겨져 온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이 해외에 매달려야 하는 ‘굴욕’을 겪게 됐다.

2주 내 마이크로소프트·애플·모토롤라·AT&T 등의 실적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이들 기업의 해외 실적 비중이 주가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21일 비즈니스위크가 보도했다. 세계 최대 내수시장을 가졌다고 자부해 온 미국 기업도 한국 기업처럼 수출 기상도에 울고 웃어야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각종 IT기기에 지출하는 비용이 경기 악화로 둔화될 전망인 반면, 해외 시장은 상대적으로 건강해 예년 수준의 기술 투자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IT기기에 투자한 비용은 전년 대비 7% 증가했는데, 이는 해외 평균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미국 시장의 IT 투자 규모는 IDC가 3∼4% 수준의 저성장을 예측하는 등 예년에 비해 크게 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스테픈 민톤 IDC 애널리스트는 “미국 내 IT 투자 증가는 3%에도 못 미칠 수 있으며 실질적인 경기 후퇴가 시작되면, 시장 성장은 전혀 없을 수도 있다”면서 “경기 침체가 단기간에 끝나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스탠다드&푸어스(S&P) 기술 전문 애널리스트는 “현재는 미국 시장에 의존적인 기업보다는 해외 비중이 높은 기업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IT기업은 IBM과 HP다. IBM 내수 매출은 39%에 불과하다. HP, 오라클,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도 미국내 매출이 50%가 안 된다.

반면, AT&T와 야후 등은 주요 매출 대부분을 미국 시장에서 만들기 때문에 서브프라임 사태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구글과 애플 역시 자국 매출 비중의 55∼60%에 달하지만, 해외 매출 성장 속도가 빨라 비교적 안정적인 주가를 그릴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인텔은 해외 매출 비중이 75%나 되는 대표적인 수출 주도형 기업이지만, 미국 경기 악화에다 반도체 경기 악화까지 겹쳐 주가는 불투명한 상태다. 폴 오텔리니 인텔 CEO가 지난 15일 애널리스트의 기대에 못 미치는 매출 결과를 내놓은 후 “미국 경기가 심상치 않으니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경고성 발언까지 덧붙여, 다음날 이 회사 주가는 12.6%나 빠졌다.

현재 미국 나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9% 이상 내려앉았다. 나스닥 지수는 올들어 거래 기간 12일 중 9일 동안이나 하락,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주요 기업 매출 구조

◇업체 = 미국 = 해외

- HP = 33% = 67%

- IBM = 39% = 61%

- 구글 = 56%= 44%

- 애플 = 60% = 40%

- 야후 = 68% = 32%

- AT&T = 80% = 20 %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