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회(인수위)가 이번주 내로 정보통신부에 요금인하 정책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하면서 사업자들의 눈이 온통 정통부로 쏠렸다.
당장은 인수위가 “정부가 인위적으로 요금을 인하하기보다는 기업 간 자율경쟁 활성화를 통해 통신비 인하를 유도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다소 안도하는 눈치지만 사업자들로선 요금인하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업자 간 온도차도 존재한다. 경쟁 활성화를 통한 요금인하 방침에 대해 가입자나 매출 규모 측면에서 여력이 있는 SK텔레콤은 시장 경쟁 구도 변화가 사실상 인위적인 제재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직접적인 요금인하보다 더 우려하는 눈치다.
이에 비해 KTF나 LG텔레콤은 요금인하로 인한 매출 감소 등 직접적인 타격이 크기 때문에 차라리 이번 기회에 SKT의 지배적 지위를 깰 수 있는 새 시장 질서를 내심 바라는 눈치다.
◇ 이동전화 가입비 인하 가능성 대두=일단 기본료 인하나 쌍방향 통화제, 누진제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현실성 측면에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난 상태다.
대신 이동전화 가입비 인하 가능성이 대두됐다. 현재 이동전화 가입비는 SK텔레콤이 5만5000원, KTF와 LGT가 3만원이다. 연간 번호이동 소비자를 포함한 신규가입자가 100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 역시 적게는 1000억원에서 많게는 3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소비자는 사업자를 바꿀 때마다 내야 하는 기본료에 대한 부담이 크고 반대로 사업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인 셈이다. 가입비 인하는 일회성이지만 번호이동 등으로 사업자를 바꾸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요금인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동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아쉽지만 최소 20∼50%까지 인하할 가능성을 각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약정할인요금 프로그램 활성화 기대=현재 이용기간을 의무적으로 정하는 것은 이용약관에서 금지하고 있다(이용약관 8조 5항 ‘서비스 이용에 대한 의무사용기간 산정 금지’). 사업자들의 자율 요금인하를 유도하면 약정요금할인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물론 약관 수정을 전제로 해야 한다.
여기에 지금까지 가입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주로 월 사용량이 많은 고객과 사업자를 교체하는 경우에 집중돼 있는데, 장기고객에 대한 할인 정책도 등장할 전망이다. 이동통신 3사 모두 장기고객 사용자에 대한 우대 프로그램을 이미 준비하는 눈치다.
이 외에도 SMS 등 부가서비스의 추가 인하도 여전히 가능성 있게 거론되고 있다.
◇시장 자율 경쟁 여파 어디까지=직접적인 요금인하 정책 외에 ‘시장 자율 경쟁’의 방안도 어떤 결과로 등장할지 관심거리다. 시장 자율 경쟁 정책은 기존 3개 사업자 간 경쟁 활성화는 물론이고 새로운 사업자의 출현과 조기 시장 안착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의미다.
올해 도입되는 재판매제도만 해도 구체적인 시행령과 고시가 당초 예상보다 완화되면, 즉 SK텔레콤의 도매 규제는 더욱 강하게, 재판매를 원하는 신규사업자의 진입과 사업 조건은 약하게 만들어질 때처럼 수준에 따라서는 시장의 판이 바뀔 수도 있다.
더 근원적으로는 KTF가 SKT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조건으로 거론한 ‘SKT의 소매업 금지’ 같은 강도 높은 정책 도입 가능성도 있다. 물론 현실성은 낮아보이지만 과거 유럽에서 시행한 제도로 수년 전 경쟁사에서 이미 제기한 사안이다. 이 안이 받아들여지면 그야말로 이동통신 시장은 새 판을 짜게 된다.
잠잠했던 800㎒ 주파수 대역 로밍 또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11년까지 SKT에 보장한 주파수를 조기 회수할 수는 없지만 로밍을 통해 후발사업자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한 요금인하 여력을 확보하게 해주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도 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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