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이용자가 조만간 1000만명을 돌파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2005년 티유미디어가 위성DMB를 시작한 이후 2년 6개월 만에 DMB 1000만명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DMB 이용자 1000만명 돌파는 우리나라가 통신방송융합시대의 글로벌 리더이며, DMB가 케이블·위성·IPTV 등 경쟁 서비스와 함께 새로운 통·방융합시대를 열어가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상파 DMB가 최근 국제 표준화기구에서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것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입자 1000만명 돌파 소식에도 불구하고 DMB 업계에 낀 먹구름이 좀처럼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앞날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지상파DMB 사업자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일부 사업자는 자본잠식 상태로 존망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기존 지상파 방송 계열의 DMB 사업자는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업자는 그야말로 ‘연명하는’ 수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자를 하고 싶어도 대주주 지분이 30%로 제한돼 있어 자본금 확충이 힘든 상태다.
위성DMB 사업자인 티유미디어 역시 심각한 누적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모기업인 SK텔레콤이 사업성 불투명을 이유로 선뜻 증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MBC 재전송 문제가 해결되기는 했지만 실기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후 사정을 감안할 때 DMB 1000만명 시대의 도래는 모래 위의 성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자본잠식 또는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DMB 사업자를 이대로 방치하게 되면 일순간 DMB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 이렇게 사정이 급박하게 된 것은 DMB 사업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정통부와 방송위의 엇박자, DMB 사업자에 대한 지나친 규제, 방송 사업자 간 이해관계의 충돌 등이 DMB사업자를 이 지경까지 몰고 왔다. 혹자는 정부의 매체 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인다.
현 상황에서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는 가급적 DMB 사업자들에 생존에 필요한 공간을 마련해주는 게 좋다. 더구나 그동안 DMB 사업의 본궤도 진입에 음양으로 도움을 준 정통부마저 공중분해될 판이다. 차기 정부에서 DMB 사업자가 현재의 위상이라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우선 DMB 사업자들에 활로를 열어주자. DMB 사업자에 대한 지분 제한이나 부가서비스 제한조치 등을 빨리 풀어주고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지상파 방송사와 DMB 사업자 간에 자율적인 합의를 유도하고 사업자들이 다양한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DMB 사업자나 수신기 제조업체 역시 수신품질 개선, 다양한 볼거리 제공에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험로가 앞에 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