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R&D 협력 성공모델 만들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 IT분야를 중심으로 핵심기술을 공유하고 공통 애로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공동 R&D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지난 92년 64MbD램 공동개발 이후 16년 만에 테라비트급 차세대 비활성 메모리소자의 개발을 위해 손잡기로 했으며, LG필립스와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공정장비인 디지털 노광장비와 OLED 유기재료 개발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내 대기업들이 제휴해 차세대 반도체 또는 디스플레이 분야의 핵심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한 것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파악된다. 이미 글로벌 기업 간에 짝짓기 현상이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영원한 적수로 여기던 기업과도 손을 잡는 게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해지고 R&D 규모가 대형화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향후 공동 R&D는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그리고 LG필립스LCD가 삼성전자와 디지털노광기·OLED 유기재료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목하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차세대 시장을 놓고 이웃 일본과 치열한 기술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업체 간에 추진되고 있는 공동 R&D는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006년부터 30억엔의 자금을 투입해 도시바·NEC·후지쯔 등이 공동 참여하는 수직자기형 비휘발성 메모리(STT-MRAM)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 메모리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정상 탈환을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또 일본은 TFT LCD 핵심 공정장비인 노광기시장에서도 니콘과 캐논이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데, 향후 디지털 노광기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지속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기업들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다. 게다가 특정 글로벌 기업이 연구개발의 성과를 독차지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소자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국가개발프로젝트의 특허를 이양받기로 한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번 협력이 단지 합의서를 교환하는 것으로 끝나지 말고 명실상부한 공동 개발연구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디스플레이 분야 역시 디지털 노광기 등 분야의 협력관계가 공동 R&D의 초석이 돼 디스플레이 강국의 명성을 이어가야 한다.

 공동 R&D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참여 업체들의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 그동안 선언적인 수준에 그쳤던 상생협력 사업이 적지않았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화학적 결합 수준의 공동 R&D 성공모델을 다시 한번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