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추락에는 장사가 없다. 특히 미국 기업문화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미국 3위 통신업체 스프린트넥스텔은 최근 CEO를 교체한 데 이어 23일(현지시각) 핵심 임원 3명도 사실상 해임시켰다.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는 지속적인 매출 및 가입자 감소에 대한 책임을 물어 스프린트넥스텔의 폴 사레 최고재무임원(CFO), 팀 켈리 최고마케팅임원(CMO), 마크 안젤리노 영업 및 채널 사장까지 한꺼번에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전임 개리 포시 전 CEO가 지난해 10월 이사회와 투자자들의 압력으로 불명예 퇴진한 지 3개월도 안 돼 기존 경영 사단 전부가 해체됐다. 스프린트넥스텔은 지난해 4분기 가입자 수가 예상치인 68만3000명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35만명에 머물러 주가가 폭락했다. 스프린트넥스텔은 현재 AT&T 출신의 다니엘 헤스씨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 직원 4000명 감원하고 직영점 125개를 폐쇄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인터넷 업계의 스타 CEO e베이의 멕 휘트먼 회장도 3월 중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휘트먼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매출 70배, 직원 500배로 불려 놓아 포천,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의 단골 인사였다.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인터넷 전화 업체 ‘스카이프’의 무리한 인수와 중국 시장에서의 난항이었다.
휘트먼은 2005년 26억달러나 주고 스카이프를 인수했지만, 2년 만에 인수 효과를 고평가했다며, 9000만달러를 상각 처리했다. 중국 시장 진출도 지지부진해 최근 중국 현지 업체에 경영권을 넘겼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무엇보다 e베이의 핵심 경쟁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휘트먼 퇴진에 결정적이라고 분석했다. e베이의 수수료 성장률은 예년의 절반 수준인 11% 이하로 떨어졌으며, 거래가 기준 매출액은 고작 5% 성장하는 데 그쳤다. 휘트먼은 “한 사람이 한 회사에서 10년 이상 머무르면 안된다”면서 퇴진 뜻을 분명히 밝히고 후임 CEO로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 출신으로 3년 전 e베이에 합류한 존 도너휴를 낙점했다.
‘레이저폰’의 신화인 에드 젠더 모토로라 CEO도 지난해 12월 결국 낙마했다. 모토로라는 한때 노키아와 더불어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양분했지만, ‘레이저2’ 실패 등으로 삼성전자에게 2위 자리마저 내준 상태다. 최근 분기 실적에는 적자로 돌아섰다. 젠더 후임에는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무스 CEO 출신으로 2003년 모토로라에 합류한 그렉 브라운 COO가 결정됐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