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 기술은 국가 생존기술이자 전략기술이다. 앞으로 먹고살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주개발에 나서야 한다. 우주기술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공기술이며, 고부가가치 산업인 동시에 국가안보 등 국가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주기술은 위성통신방송, 기상 및 재난 예보, GPS 등 일상생활에 풍요로운 혜택을 선사하기도 하고, 위성을 통한 정밀 지리정보획득이나 초정밀 위치 탐색 등 국가 안보 분야에도 필수기술로서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1992년 과학목적의 소형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개발해 발사하고 1993년 6월 개발에 들어간 지 3년 만에 최초의 과학로켓(KSR-I)을 발사하면서 시작됐다. 그 후 우리나라는 중형과학로켓(KSR-II)을 1998년 6월에, 지구관측위성인 다목적실용위성 1호를 1999년 12월에, 액체추진 과학로켓(KSR-III)을 2002년 11월에, 다목적 실용위성 2호를 2006년 7월에 발사함으로써 본격 우주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 이후 짧은 역사 속에서도 선진국과 기술협력을 거치거나 자체적으로 인공위성·과학로켓·우주발사체 등 우주시스템을 중심으로 기술축적을 추진해 왔으며, 이에 따라 상당 부분의 시스템 기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핵심 서브시스템 및 원천기술 부문에서는 미흡한 수준에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실을 반영, 2007년에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및 ‘우주기술실천로드맵’을 수립하고 우주 분야의 기술자립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우주 분야는 기계·전기·전자·통신·화공·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접목돼 인공위성·우주발사체 시스템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대형 융복합 기술분야다. 위성 분야에서는 광학관측 탑재체 개발에 이어 레이더 탑재체·적외선카메라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통신해양기상관측 위성을 개발 중이다. 2017년까지 진행될 한국형 발사체 사업을 통해서 저궤도 실용급 위성 자력 발사능력을 확보하는 일 외에도 발사체추진기관의 핵심기술(75톤급 액체로켓 엔진 개발), 대형발사체 구조 경량화 기술, 대형 추진제탱크 개발 기술을 획득할 예정이다. 특히 2020년에 달 탐사 위성 궤도선 1호를 발사하고, 이어 2025년엔 착륙선인 달 탐사 위성 2호도 쏘아 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90년대 초반부터 우주개발에 착수해 이제 인공위성 개발역량을 확보하고, 내년을 목표로 우리의 발사체를 이용, 우리 땅에서 우리 위성을 발사한다는 꿈에 이어 달에 가는 새로운 꿈인 것이다.
국내 우주탐사기술 수준은 기반구축 단계지만 국내 위성체 개발 기반기술은 우주탐사 관련 기술 개발로 활용될 것이고 2008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 배출을 계기로 유인우주기술과 유인우주선을 포함한 다양한 우주탐사 기초기술을 습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병행, 국제 공동연구 사업 참여를 통한 우주실험 임무수행 및 미국·유럽·일본 등 우주선진국의 국제 우주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초기술을 습득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2007년 3월 우주개발 주요 국가들이 우주탐사에 대한 국제협력을 합의한 국제탐사전략(Global Exploration Strategy)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우주 분야의 기술개발은 정부나 민간 기구 한쪽에서만 의지를 갖고 실행한다고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의견수렴을 통해 도전과 성공 의지를 다지고 국가의 역량을 총결집할 때 충분히 가능하다. 그 과정은 어렵고 힘들지만 기술개발에 성공하고 국력과 위상이 제고될 때 우리나라의 미래뿐만 아니라 인류의 미래도 한층 밝아질 것이다.
백홍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phy@ka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