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사상 처음으로 e스포츠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게임업체인 드래곤플라이와 게임 전문 방송인 온게임넷은 내달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북한 금강산문화회관에서 ‘스페셜포스’라는 전투게임의 결승전을 치른다.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이뤄지는 이 대회는 프로게이머뿐 아니라 일반인 100명과 다수의 북한 IT관계자들도 참관할 예정이라고 한다. e스포츠가 남북 IT교류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로 여겨진다. 아직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남북협력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핵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개혁과 개방으로 나오라”면서 “그러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돕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북한 지원을 우선시했던 노무현 정부보다 대북 관계가 다소 껄끄러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강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e스포츠는 이처럼 자칫 남북 관계가 이전보다 경색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반갑다. 남북 관계 발전에 큰 공헌을 해 온 IT는 그동안 민간차원에서 꾸준한 협력이 계속돼 왔다. 자본이 부족하고 인력이 우수한 북한이 선택,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산업이 바로 IT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북한에서 열린 프로그램 경연대회에서 “과학기술 시대에는 프로그래밍 기술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행사가 열리는 금강산문화회관은 700명 정도를 수용하는 금강산 최대 시설로 100대가 넘는 PC와 첨단 게임 방송 장비가 행사를 위해 설치된다고 한다. 북한은 아직 인터넷이 자유롭지 못한 나라다. 그 때문에 이 행사가 북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다른 대북 사업이 그러하듯 첫걸음이 중요하다. 우수한 프로그래머가 많은 북한은 e스포츠 면에서도 강국이 될 잠재력이 높다. 이미 일부 바둑 프로그램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이번 행사가 고무적인 것은 외국 게임이 주류를 이루는 국내 e스포츠와 달리 국산 게임으로 경기를 치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비록 e스포츠 강국이라고 하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겨우 이 정도인가’ 하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e스포츠 종목이 지나치게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그중 하나다. 현재 대부분의 e스포츠는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로 진행되고 있다. ‘카트라이더’ ‘스페셜포스’ ‘서든어택’ 같은 일부 국산 게임도 리그를 치르고 있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여기지 않는 것도 문제다. 중국은 우리처럼 e스포츠 종주국이 아님에도 e스포츠를 정식 체육종목으로 인정하고 있다.
북한에서 열리는 이번 e스포츠 행사가 남북 IT교류는 물론이고 남한의 e스포츠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