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되는 IT분야 벤처 투자 감소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3대 IT 분야의 벤처투자가 급감했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본지가 벤처캐피털업계의 투자 실적을 분석한 결과 벤처투자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이들 3개 품목의 투자는 평균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캐피털의 연간 투자액은 지난 2004년 6044억원을 기록한 이래 매년 조금씩 늘어나 지난해에는 1조원에 육박하는 9917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업종별 신규 투자를 살펴보면 정보통신이 38.2%에서 34.2%로 줄었다. 특히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3대 IT트로이카의 지난해 투자는 분야별로 최고 17%까지 감소했다. 반면에 제조업 비중은 21.5%에서 30.1%로 늘어나 IT와 대조를 보였다. 지난 수년간 우리 경제를 앞장서 이끌어온 IT가 제조업보다 각광을 덜 받고 있는 것이다.

 소득 2만달러 달성의 견인차임에도 불구하고 IT산업은 곳곳에서 경고음을 냈던 게 사실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는 한발 앞선 개념의 휴대폰·MP3플레이어 등의 모바일기기를 내놓으며 세계 시장을 선도했다. 대표적인 제품이 레인콤의 ‘아이리버’다. 이 제품은 한때 소니의 워크맨을 대체하며 세계 시장 1위까지 넘봤다. 그러나 지금은 애플의 ‘아이팟’이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하드웨어에 치우친 나머지 고부가 창출의 원천인 소프트웨어 투자를 소홀히 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IT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 우리 경제를 살리는 먹거리임이 분명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가 넘는 IT는 이미 경제성장 기여율이 41%에 달하고 있다. 무역 규모에서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무역 흑자가 161억달러에 달했는데 IT산업 혼자만으로 무려 543억달러의 흑자를 달성했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알토란인 IT가 투자시장에서 빛을 잃어가는 이유는 이른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IT기업에 투자하면 그 기업이 수익을 내며 주가가 상승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투자한 곳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데 어느 벤처캐피털이 선뜻 투자를 하겠는가. 동전의 앞뒤 같은 기업 수익성 악화와 벤처캐피털 투자 감소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부단한 기술혁신만이 해답이다. 세계가 알아주는 기술과 상품을 가지고 수익을 내는데 어느 벤처캐피털이 외면하겠는가. 물론 벤처캐피털의 ‘몸 사리는 투자’도 바람직한 건 아니다. 벤처는 그야말로 성공률이 5%도 안 되는 기업이다. 그런데 성공이 확실히 보장되는 곳에만 투자해서는 벤처캐피털이라고 할 수 없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기술혁신 기업과 명실상부한 벤처캐피털이 많아질수록 우리 경제도 그만큼 활기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