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SW산업의 기능과 중요성

 산업을 분류하는 방식으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산업구조에 따라 1∼4차로 구분하는 클라크식 분류가 주로 사용된다. 즉, 농·공업 시대로 대표되는 1·2차산업, 서비스 및 금융 중심의 3차산업, 정보와 지식산업으로 불리는 4차산업 등으로 구별하는 방법이다. 최근 유망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게임·취미·패션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묶어 5차산업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는 몇 차산업으로 봐야 할까. 일반적으로 지식집약형 산업인 4차산업에 가깝다고 생각되지만 단지 정보와 지식이라는 단어로 SW를 정의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SW는 단순한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인프라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을 예로 들어보자. 팔·다리·머리 등을 HW라고 치면 SW는 알고리듬·논리연산 등 뇌에서 일어나는 각종 프로세스에 해당된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이 뇌의 지배를 받아 이루어지듯이 상당수의 제품 및 서비스가 SW의 역할에 따라 기능과 품질이 좌우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IT의 활용이 일상화됨에 따라 점차 모든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기계제품이었던 시계가 SW가 추가된 전자시계가 됐고 SW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자동차도 앞으로는 전자제품으로 분류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F-22 전투기 1대 가격 중 SW 비중이 1960년 7%에서 2000년에는 무려 78%로 증가하였다. 즉, SW가 1차부터 5차까지 모든 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 발전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점점 심화돼 어떠한 시대가 오든 SW의 지배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부모가 자식을 똑똑하고 뛰어난 인재로 만들기 위해 두뇌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처럼 기업 및 기관에서도 우수한 SW 도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들의 경쟁력은 SW의 경쟁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SW 산업은 모든 차원의 산업을 아우르는 무한대(∞)차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SW산업이 몇 차산업인지는 중요치 않다. 다만 SW산업이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고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는 데 핵심이 되는 분야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산업 분류를 이용한 것뿐이다. 게다가 SW산업은 원자재가 필요 없이 모든 것이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지식집약적인 산업 특성을 갖고 있다. 즉, 일반 제조산업이 자동화로 계속 인력수요가 줄어드는 데 비해 SW산업은 작은 규모라도 인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를 잘 살리면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국가 차원에서 SW산업의 중요성은 여기에서도 잘 나타난다.

  SW산업의 발전을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과 시도가 있었다. SW 제값받기, 분리발주, IT선단형 수출, GS 인증제도 도입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지원과 관심 속에 SW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은 됐지만 아직 우리나라 SW산업의 경쟁력은 취약하기만 하다. 특히 SW인력난과 낮은 이익률, 취약한 개발환경 등은 하루속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제 새 정부 출범이 눈앞에 다가왔다. 다행히 차기정부가 얼마 전 IT 분야 정책 발표에서 SW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점은 고무적이다. 아무쪼록 차기정부는 모든 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SW산업의 중요성과 파급력을 인지, 실질적이고 다각적인 발전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업계 모두 첫 단추를 잘 끼워 국내 SW산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의미 있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유병창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bcyoo50@posdat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