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스타크래프트’를 둘러싼 e스포츠 업계의 분위기다.
e스포츠 스타 종목의 하나인 ‘스타크’ 지적재산권을 놓고 e스포츠협회와 블리자드가 팽팽한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지재권 분쟁은 지난해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아직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지루한 공방만 주고 받고 있다. 특히 당사자들은 협상의 모든 내용을 ‘비밀 유지 협약(NDA)’를 전제로 굳게 입을 다물어 불필요한 소문만 증폭하고 있다.
# “양보할 수 없다”=지재권과 관련해 e스포츠협회와 블리자드는 겉으로는 느긋한 분위기다. 협상을 시작해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협회 제훈호 이사는 “게임 산업 발전과 시장 육성이라는 배경에서 e스포츠가 만들어졌다는 취지를 이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블리자드가 원칙론만 고수한다면 아예 e스포츠 종목에서 스타크를 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블리자드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블리자드 박영목 상무는 “세계적으로 디지털 콘텐츠의 유, 무형의 권리를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게임 발전을 위해서도 정당한 지적재산의 댓가를 지불하는 풍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 “결국은 비즈니스 논리”=협회와 블리자드는 모두 ‘확실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 먼저 협회는 공익성이다. 누구나 즐기는 축구·배구와 같은 스포츠를 라이선스나 로얄티 대상으로 고려하는 게 맞지 않듯이 바둑과 같은 정신 스포츠의 하나인 e스포츠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블리자드는 문자 그래도 ‘상식론’이다. 한 마디로 힘들게 개발한 상품을 기업 고유 자산으로 인정해 주는 게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것. 그러나 이를 한꺼풀 벗겨 보면 결국 비즈니스 관점에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리자드는 협회가 방송국과 계약을 맺고 e스포츠 중계권을 받는 상황에서 e스포츠 스타 종목인 스타크도 정당한 가격을 받고 싶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e스포츠는 가뜩이나 어려운 협회 운영에서 더 이상의 지출은 있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 “본사와 정부가 나서야” = ‘스타크’ 분쟁은 표면적으로 협회와 게임 업체 공방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러나 협상 결과에 따라 전체 게임 산업계에 적지않은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e스포츠 대표 종목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게임 자체의 지재권 협상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게다가 e스포츠는 우리나라가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는 분야다. 비록 초기 단계지만 확실한 기틀과 원칙을 세워 놔야 이 후 불필요한 잡음을 줄일 수 있다. 한 걸음 물러나 있는 정부와 미국 블리자드 본사 차원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은 게임업계 지재권 문제를 공론화하고 문화부도 방관할 시기는 지났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