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신정부 출범과 남북관계

 북한 핵시설 신고 수준을 놓고 미국과 북한 간에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대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아직 공식 견해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마치 신정부의 공식적인 대북정책 발표를 기다리는 듯하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위한 남북회담이 2007년 말까지 숨가쁘게 진행됐지만, 2008년 들어서는 회담 개최가 지연되고 있다.

 인수위원회는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통일부를 외교통상부와 통합하는 안을 제시했다. 대북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많은 환경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신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되고 있다. 아직 신정부의 대북정책은 발표되지 않았고 이를 이끌어갈 사령탑들도 결정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모아 윤곽을 전망해본다. 선거기간에 밝힌 기본기조는 ‘비핵개방 3천’이다. 북한이 핵문제를 해결하고 개혁과 개방으로 나온다면 북한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비핵개방 3천’의 방법론으로 남북경제공동체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핵문제 해결은 6자회담 등 국제공조 틀에서 해결하는 것과 함께 핵문제 해결 이전까지는 남북관계 진전 속도를 핵문제 해결과 맞출 예정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도 사안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리고 남북관계의 범위가 넓고 깊어졌기 때문에 통일부만으로는 대응하기 힘들어 모든 부처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조정할 계획이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 보면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이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북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먼저 북한이 변화를 선택하면 적극적인 교류협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 핵문제 해결 및 상호주의 원칙이 거론된다. 무조건적인 교류와 협력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에 깔려 있다.

 신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는 신정부 대북정책의 변화를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다소 간의 불협화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관례상 연초에는 항상 북한에 제공해 왔던 비료 및 식량지원에서부터 신경전이 있을 것이다. 대북지원과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를 연계할 수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북핵 문제와 연동돼 일시적 어려움은 예상되지만 북한도 냉각상태를 오래 지속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북한이 지난 대선과정은 물론이고 현재까지도 신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는 점은 어느 정도 신정부에 잘해보자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아무튼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면 신정부는 남북한 경제공동체를 구상할 정도로 적극적인 대북 경협을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신정부는 북한을 달래거나 대화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듯하다. 남북관계는 어느 사이에 갑과 을의 관계가 역전됐는데 이제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 또한 강하다. 정상화 및 실용주의로써 선진화를 추구한다는 국정 운영의 기본원칙이 남북관계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결국 향후의 남북경협은 북한이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북한은 이제 한국사회의 발전속도에 맞춰 스스로 변화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동용승/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seridys@s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