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를 둘러싼 사업자들간의 경쟁이 점점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각 통신업체들이 사용자 후생을 고려한 새로운 요금상품 출시를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경쟁사의 통신상품 헐뜯기에 나서고 있는 것.
현재 경쟁업체들로 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이 4일 가족단위 할인, 장기가입자 할인, 유무선 결합상품 등을 통한 통신요금 인하안을 발표하자 너머서미디어네트워크위원회와 LG텔레콤이 즉각 이에 반하는 성명서를 냈고, 곧이어 KTF가 이 논쟁에 가세 했다.
이들의 주장은 SK텔레콤의 통신요금 인하 목적이 소비자들의 후생보다는 자기 가입자 챙기기에 더 무게중심이 가 있다는 것이다.
가족 및 가입자 간의 할인으로 가입자 간의 유착을 더욱 곤고이 해 사실상 현재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향후에는 유무선 결합상품을 통해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가져가려 한다는 것.
이들의 주장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SK텔레콤의 새로운 통신요금 인하 방안은 일반적인 가입비나 기본료, 통화요금을 그대로 둔 채 SK텔레콤 가입자 풀을 늘려 요금 인하의 손실을 보전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의문스러운 것은 같은 날 KT가 유선전화 카드까지 꺼내 들은 결합상품을 통한 요금인하 방안을 밝혔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로 인해 쌓여왔던 경쟁 통신사업자들의 불만이 이번 통신요금 인하 방안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SK텔레콤은 이번 요금인하 방안을 발표하면서 하나로텔레콤의 인수가 허용될 시 결합상품을 통해 더 많은 할인이 제공되는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고 언급해 경쟁사들의 심기를 자극했다.
하지만 LG텔레콤이나 KTF의 주장도 그리 타당성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겉으로는 MVNO사업자들의 시장진입 장벽, 시장독점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자신들의 밥 그릇을 걱정하는 속내가 훤희 들여다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역시 SK텔레콤과 별반 다르지 않는 가입비와 기본료는 나두고 가입자간 할인 및 결합상품을 통한 요금할인 등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경쟁사 요금 비판에 대한 자격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지금 통신업계는 타사의 요금인하 행태를 비난하면서도 자신 역시 똑같은 비난에 자유로울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 싸움에 정작 고객은 없는 셈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