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J씨(39)는 얼마 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겪었다. 요즘 새로운 서비스로 각광 받고 있는 프리IPTV를 시청하기 위해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으나 가입을 거절당한 것이다. 하나TV, 메가TV, myLGtv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제공하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 J씨는 “자사 통신망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IPTV와 관련해 어느 서비스에나 네트워크를 동등하게 개방하는 망 중립성 문제가 결론을 맺지 못하면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KT, LG데이콤 등 IPTV서비스 사업자들은 자사(자회사) 초고속인터넷 상품 가입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는 메가패스 이용자에게, LG데이콤은 LG파워콤의 엑스피드 이용자에게만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것. 하나TV의 경우 다른 사업자 망을쓰는 이용자에게도 가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비율은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KT관계자는 “메가패스 고객에게만 메가TV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다른 사업자들이 망을 개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아예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역 SO의 60% 이상이 통신사업자의 IPTV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J씨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 LG데이콤 등 통신사업자들도 다른 사업자가 제공하는 IPTV서비스에 대해 망 개방을 꺼리고 있다. 자사의 서비스가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지역SO 관계자는 “IPTV에 대해 망을 개방할 경우 트래픽이 갑자기 커져 인터넷 등 다른 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면서 “IPTV 때문에 또다른 고객 불만 요인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망을 개방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IPTV서비스에 망을 개방해야 하는 뚜렷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IPTV법안(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에는 IPTV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망 개방요청을 거절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전기통신설비의 범위 △설비제공의 거절·중단·제한 사유 △설비제공의 방법·절차 및 설비 이용대가의 산정원칙 등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을 통해 결정토록 해 현재까지 이 원칙이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 등의 문제는 현재 정보통신부 및 업계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시행령이 제정된 후에야 이용자들이 IPTV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