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이동통신사업자는 누구?

MVNO 출연가능한 사업자
MVNO 출연가능한 사업자

 “은행에서 보험을 팔듯 은행에서 휴대폰 가입을 권한다면? 부산 지역 유통 실세가 ‘부산이동통신’ 사업자 간판을 내건다면?”

 이런 가정은 상상만의 일은 아니다. 새롭게 도입되는 ‘가상이동통신망(MVNO)’ 제도로 인해 3자 구도의 이동통신 시장은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됐다.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하고, 한솔PCS가 KTF로 합병되면서 고착화된 3자 구도의 시장에 새로운 주자가 나서게 된 것. 물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국회통과와 세부 시행령 및 고시 제정의 절차가 남아 있다.

 아직은 어떤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업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기업은 드물다. 기간통신사업자인 온세통신과 대형 케이블TV사업자(MSO)들이 의지를 나타냈을 뿐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새 정부의 경쟁환경을 통한 요금 인하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면서 MVNO의 사업성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4의 이동통신사업자를 꿈꾸는 기업, 이들이 이동통신 시장에 새로운 주자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새 질서를 초래할 예비 MVNO 사업자에 대한 관심이 높게 일고 있다.

 ◇금융권·휴대폰 제조사가 움직이면=바야흐로 이동통신의 방카슈랑스 시대가 도래한다. 은행 연합의 MVNO 사업 추진 가능성은 이미 점쳐진 지 오래다.

 최근에는 국내 대형 A은행이 단독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문으로 확대됐다. 이 은행의 MVNO 사업은 ‘휴대폰 방카슈랑스’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모바일 금융 서비스 시장 때문에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3세대(G) 서비스 확산과 범용가입자모듈(USIM) 기반의 금융 서비스 활성화를 예상할 때 충분히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휴대폰 제조사의 움직임도 주시할 만하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MVNO 사업에 뛰어들게 되면 서비스 사업자 중심으로 형성돼온 이동통신 시장에 일대 파란이 일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가장 경계하는 대목이다.

 ◇그랜드컨소시엄과 지역사업자 출현 가능성도=사업 의지를 밝힌 온세통신은 “단독 사업은 물론이고 그랜드 컨소시엄까지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세는 기간통신 사업자 중에서는 유일하게 특정 그룹에 속하지 않은 기업이다. 특정 기업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기 때문에 협력관계를 모색하기에 적당하다는 판단이다. 그랜드 컨소시엄은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와 협상력을 높이고, 또 사업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그랜드 컨소시엄을 통해 지역 영업에 대한 역할을 분담한다면 사실상 지역 이동통신사업자 출현 계기도 마련된다.

 MSO는 이미 권역별 사업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지역 MVNO 출현 가능성은 더 크다. ‘가장 확실한 주자는 지역 이동통신 대리점’이라는 이통사 마케팅 담당자의 말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동통신 산업 구조를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대리점과 자본이 만나게 되면 그 나름대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동통신 관계사 방패로 나선다=현 이동통신사업자도 방패막이를 내세울 수 있다. 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나 하나로텔레콤·TU미디어 등 SK텔레콤 관계사 어느 한 기업의 MVNO 사업 참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대한 경쟁사의 견제도 시작됐다. LG텔레콤이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 인수 조건으로 ‘SK텔레콤의 관계사 MVNO 사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이유 역시 이런 상황을 의식한 조치다. KTF나 LG텔레콤 역시 자사 우산 속에 들어올 파트너사를 고르는 눈치다.

 MVNO가 새로운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현재 이동통신 질서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 이면에는 상황에 따라서는 기존 사업자의 대리전 차원의 경쟁구도가 자리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