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 진출한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트라(KOTRA)가 북미지역본부와 미국 소재 8개 무역관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기전자는 물론이고 자동차·자동차 부품·일반기계·화학 같은 주요 품목의 우리 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67∼98%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전기전자가 일본의 96% 수준으로 비슷한 경쟁력을 유지한 데 비해 일반기계 분야는 일본의 80% 수준에 그쳤다.
기계 분야는 모든 산업의 근간이자 자동화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일본의 80% 수준밖에 안 된다니 경쟁력 향상에 보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96% 수준을 기록한 전기전자도 만족스럽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비록 일본과 4% 차이에 불과하다고 하나 이 4%의 차이는 크다. 80%에서 4% 부족한 것과 96%에서 4% 부족한 것은 질적인 면에서 상대가 안 된다. 특히나 일본은 제품의 질뿐 아니라 브랜드·이미지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우리보다 우수한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미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95% 정도가 이익을 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 전기전자기업은 아직 일본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엄청난 엔고 시절에도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한 것이 일본기업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을 따라잡기도 버거운 판에 중국이 우리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는 일본과 중국의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인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중국은 전 산업에 걸쳐 저가를 무기삼아 일본제품보다 한국제품을 위협하며 우리 시장을 무섭게 파고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전자에서 아직 중국은 우리보다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중국은 하이얼·레노버 등 세계적 전기전자기업을 잇따라 배출하고 있다.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300곳에 가까운 현지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응답 바이어의 80% 정도가 한국의 최대 경쟁국으로 중국을 꼽았다니 새삼 ‘샌드위치 한국’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KOTRA는 이번 조사에서 일본의 평균 80% 수준에 불과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한미 FTA 비준을 조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중국과 격차를 벌리고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한미 FTA 비준으로 전기전자 수출을 늘리는 일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도체·휴대폰 같은 상당수 전기전자 품목은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한미 FTA 비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LCD TV나 소형가전 등은 관세인하 혜택이 크기 때문에 한미 FTA 비준이 이뤄지면 단기간에 수출이 크게 늘 것이다. 샌드위치 한국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가능한 이른 시일 안에 한미 FTA 비준을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