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골라보는 TV

 내가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극장 스크린에 영사기로 비춘 영상이 나오는 것을 보고 TV도 화면 앞에 영사기가 따로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 것이 40년 전이다. 6학년 때는 전국체전 입장식 TV중계 방송을 보러 수업시간에 단체로 친구 집에 간 기억이 난다.

 TV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인기 있는 드라마나 축구 등 재미있는 스포츠 중계 방송 시간에는 모든 일을 그만두고 귀가하는 바람에 거리가 한산할 정도로 TV의 위력이 대단했다. 방송 시간을 놓치면 평생 명장면을 볼 수 없기 때문이었는데 이런 일은 이제 없어지게 됐다. 지난 연말 IPTV법이 통과돼 소비자가 새로운 미디어 선택권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IPTV는 기존의 TV에 케이블이나 안테나 대신 인터넷 회선을 연결해 각종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만든 서비스다. 채널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어 기업의 사내방송, 종교단체 등의 폐쇄이용자그룹(CUG) 등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지방의 수험생들은 서울의 유명 강사의 강의를 지방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학생의 수준에 따라 맞춤형 교육까지도 가능하다. 단순 TV를 보는 바보상자가 아니라 TV를 내가 원하는 대로 이용할 수 있는 똑똑한 TV가 된 것이다.

 이런 편리성으로 IPTV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지난해 11월 말 기준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제 전 가족이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인기 드라마나 스포츠 프로그램을 함께 보던 시청 패턴에서 가족 구성원 각자가 원하는 시간대에 본인이 원하는 단말기로 시청하는 패턴으로 변화할 것이다.

 아울러 IPTV 관련법 통과로 실시간 방송 서비스 길은 열렸지만 사업자 간 갈등 및 새로운 서비스 관련부처 업무조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소비자 편익과 IT발전을 위한 차원에서 신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고두환 KT남대구지사 영업기획팀장 doohwan@k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