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SW 스타기업의 필요성

 어제 갑작스럽게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늘 씩씩하고 호기 있게 “앞으로 모든 것이 잘될 거야”라고 이야기하던 김 선배가 SW업계를 떠나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떠나는 이유를 길게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피차간에 모르는 이야기도 아니었고 소주잔을 서로 앞에 두면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는지 밤새 이야기했던 그 이유일 터였으니 말이다. “어느 업계에서도 10년을 고생하면 뿌리를 내린다는데 SW사업은 땅이 척박한지 농부인 내가 문제가 있어서인지….”

 작년에도 이 업계를 떠나는 사람이 많아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지만 올해 첫 번째로 떠나는 사람이라는 느낌과 그래도 믿었던 사람이 떠난다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꽤 오래 아쉬움이 남았다.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고 당선인이 직접 “SW 부문을 선진국 수준으로 견인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어도 실제로 업계에 있는 사람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거의 없다. 머리 좋고 눈치 빠른 김 선배 역시 이런 이야기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결국 그는 이 업계를 떠나고 말았다.

 SW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쳇말로 입 아프고 말하느라 숨만 찬 이야기다. 의료기기 40.9%, 전투기 51.4%, 자동차 52.4%, 휴대폰 54.3% 비용이 SW 개발에 투입된다. 중국의 대규모 융단폭격에 대항하는 방법은 SW 수준을 높여서 각 산업의 가치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다들 공감해도 GDP 기준 세계 경제 12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국가가 전 세계 SW 시장 점유율 1%라는 성적표는 너무 초라하다. 더욱이 시장 규모가 10배나 큰 일본과 SW 기업 수가 같다는 통계를 보면 이 땅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어찌됐든 김 선배는 떠났고 우리는 남아 있다. 남아 있는 자의 슬픔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변해야 하고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물론 치열한 전략과 고통스러운 노력은 필수다. SW 산업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력이다. SW 인력을 생각해 보면 빨리 업계를 떠나는 게 능사인 듯 싶다. 대한민국에서 쓸 만하다고 인정하는 인력은 SW 산업을 기피하니 컴퓨터·전산 관련학과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태까지 이른 게 현실이다. 새로운 인력수급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은 있을 수 없다.

 SW 업계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한 가지뿐이다. SW로 돈도 벌고 대접받을 수 있다는 확신과 이를 위해서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하는 SW 스타기업이 반드시 그것도 빠른 시일 안에 나와야 한다. 해외에서도 통하는 SW 스타기업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공정한 경쟁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정경쟁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변해야만 이룰 수 있는 과제다. 공급자 측면에서는 출혈로 얼룩지는 가격 경쟁, 누구누구를 잘 안다에서 시작되는 ‘줄 영업’, 접대 금액에 따라서 낙찰자가 바뀐다는 ‘접대 영업’을 종식하고 SW 제품의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업계 스스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 된다면 공정한 경쟁을 위반하는 불합리한 부분을 업계 스스로 규제 기관에 신고하는 ‘SW신문고’ 제도라도 운영해 볼 만한 일이다.

 수요자 측면에서는 자회사 위주의 SI기업, SW 가격을 깎아야만 예산을 절감한다고 생각하는 공무원, 수십억원짜리 사업에 시방서 몇 장 뿌리고 마는 공부하지 않는 발주자, 윗선의 눈치에 따라 SW를 선정하는 이들이 바뀌어야 한다. 나중에 이 업계를 떠난 김 선배에게 전화를 하고 싶다. “선배. 그때 떠나지 말고 계속하지 그랬어. 내가 그랬잖아. 변할 거라고. 다음주에 내가 술 한 잔 살게. 요즘 이 업계 괜찮아”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