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한반도 대운하와 IT의 역할

 이명박 당선인의 17대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여러 가지 쟁점으로 찬반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계획은 경부운하·호남운하·북한운하 3개 라인으로 계획돼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3개가 하나로 연결돼 한반도를 관통하는 국가적인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대운하 건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물동량 확대에 대비한 물류비용을 해결할 새 운송수단을 확보할 수 있고, 동서남북으로 이어진 물길을 따라 민심도 이어지는 국민 대통합을 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수도권·비수도권, 연안지역·내륙지역 등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지역 간 불균형 해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운하 건설로 인한 장점과 편의성 때문에 유럽에서는 라인·마인·다뉴브 등 많은 강이 오래 전부터 서로 운하로 연결돼 화물과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공업시설이 집중돼 있는 오대호 주변에서 대서양으로 나가는 세인트로렌스강 운하 등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찬반 논쟁에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즉,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통한 긍정적, 부정적 결과는 실제로 대운하 그 자체에서 발생하기보다는 대부분이 대운하 사업을 어떻게 추진하며, 건설 후에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사실 전통적인 건설사업 차원에서 대운하를 추진하게 되면 많은 사람이 지적하듯이 자칫 단순한 토목공사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우려하고 있는 환경 파괴, 수질오염 악화,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회의 등 여러 가지 부정적 결과가 야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 IT 등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21세기형 지능형 대운하로서 기획된다면 적어도 부정적인 관점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판단된다. 나아가서는 운하 건설과 운영의 경제적 타당성 또한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적 수준의 IT 선진국으로서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이러한 접근은 현실성이 매우 높다. 강점을 가진 최첨단 IT를 활용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첨단 IT를 활용, 운하 물길을 따라 와이브로(광대역무선망) 등을 이용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선박에는 전자태그(RFID)를 장착하며, 강둑이나 강바닥에는 센서를 설치해 운하 운영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운하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 운용한다면 물류운송 수단으로서 운하의 효율성 제고는 물론이고 전체적인 운하 건설과 운영의 경제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 밖에도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와 RFID 소자 및 다양한 첨단 IT 관련 기술을 토대로 한 실시간 환경감시·재난방지·수자원관리 시스템 등을 면밀하게 구축해 운영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우려해 온 환경이나 재해 등과 관련된 문제점도 해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환경이나 수질을 개선하고 재해를 줄이는 효과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또 이러한 대규모 국가적 사업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반의 가상대운하시스템을 먼저 개발해 활용해 보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 중의 하나라고 믿는다.

 이제 한반도 대운하 사업 구상을 전통적 대운하 건설과 운영의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될 수 있다. 21세기에 구상하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기존의 틀을 뛰어넘어 두바이형의 창조적 발상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IT와 한반도 대운하의 결합은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성숙한 선진국으로 나아가게 할 수도 있다.

 박기식 ETRI IT전략연구단장 kipark@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