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계류 중인 법률안 처리가 더 급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의원입법이 남발하고 있다. 올 1월부터 지난 11일까지 국회에 제출된 113개 법률안 가운데 무려 107개가 의원발의안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국회의원 임기를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이처럼 많은 법안이 한꺼번에 국회에 쏟아지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한 현상이다. 국민은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법률안을 발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입법건수를 올려 4월 총선에서 이득을 보자는 것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

 의원발의로 제출된 각종 법률안은 상당 부분 날림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 관련부처 간 협의나 이견조율이 결여된 상태에서 성안됐기 때문이다. 의안성안의 최소요건인 ‘의원 10인’ 기준만 총족한 게 많다. 이러다 보니 의원 간에 품앗이로 법안에 이름을 올리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게다가 관련법 개정안을 워낙 급하게 만들다 보니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사라질 운명인 ‘과학기술부 장관’ 승인과 ‘교육인적부 장관’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법률과의 관계 등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 채 제출된 법률안도 적지 않다. 설령 17대 국회 중에 법률안이 공포된다고 해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법률안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데도 의원들이 법안 발의를 하는 것은 차기 총선을 겨냥한 한탕주의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모름지기 하나의 법률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상임위원회 회부, 법안심사위원회 심사 및 축조 심의, 본회의 상정 등을 거쳐야 한다. 민감한 사안은 공청회도 열어 국민의 의견을 듣는 게 정도다. 하지만 임기말일수록 이 같은 절차나 관행이 무시되기 일쑤다. 의원들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 법률안 제출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권 교체기에 나타나는 이런 현상이 매번 재발한다면 선진적인 의정활동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미 국회에는 의원들이 최근 발의한 법안 외에도 꼭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재해 있다. 한미 FTA 비준을 비롯해 각종 산업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법안을 내놓기보다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 가운데 꼭 처리해야 할 법안이 없는지 살피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작 처리해야 할 법안이 차기 국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최악의 사태는 피해가 업계와 국민에 돌아가는 것이다. 17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 국민을 위한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를 숙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