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국제회계기준의 바람이 분 것은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때부터다. 국제금융기구들은 자금을 지원하거나 M&A를 추진하면 대상기업에 국제회계기준에 의한 재무제표를 반드시 요구했다. 당시 M&A를 했던 한 기업인의 말을 빌리면, ‘우리나라 회계사들이 작성한 재무제표를 가지고 외국 투자자들과 협상할 때 적정의견을 받았음에도 수정되는 것이 너무나 많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회계의 국제화는 드디어 우리나라에 국제회계기준의 공표를 이끌어 내었다.
즉, 우리나라 회계기준위원회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을 2007년 12월 31일자로 공표한 것이다. 하나 더 중요한 사실은 회계의 국제화와 아울러 국제공용 회계언어인 XBRL이 특히 우리나라에서 활발하게 논의된다는 점이다. XBRL은 XML을 기반으로 한 회계보고서용 컴퓨터 언어다. XML을 기준으로 했으니 전문가 쪽에서 접근하기 쉽다. 국제언어니 국제회계기준과의 정합성에 탁월한 우수성을 지닌다. 이를 이용한 데이터의 영역, 그중에서도 회계데이터의 영역이 부가가치 높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분야에서 정보전문가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정보시스템으로 제공되는 이들 정보를 앞으로도 계속 회계전문가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것인가다. 데이터의 흐름과 이들 데이터의 수정 변경 등에 대한 모니터링시스템, BPM의 설치, 이를 위한 감사 프로그램의 장착, 데이터의 인티그리티 보장 등은 분명 데이터에 관한 부문이고, 이러한 업무들은 시장이 넓으며 정보전문가가 다른 이의 업무 영역 침해 없이 시장을 넓혀갈 수 있는 분야다. 유의할 점은 이들이 XBRL을 모르는 사이 회계시스템 영역의 회계전문가들은 이미 그 손을 깊이 뻗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회계업계에서는 점차 이 데이터를 이용한 수익 창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제 회계전문가와 정보전문가가 이 분야에서 한바탕 붙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한쪽은 회계에서 출발한 회계전문가, 한쪽은 회계시스템의 구축에서 출발한 정보전문가, 이들 양 진영은 숙명적 맞대결의 운명을 타고났는지 모른다.
이제 회계는 국제화되면서 회계전문가의 업무 영역이 크게 확대됐다. 국제회계기준의 도입은 물론이고 그동안 벌여왔던 내부통제제도에 관한 컨설팅 업무, 이들이 지금까지 쌓아왔던 ERP시스템 컨설팅, 전산화된 환경에서의 회계감사, 그들이 고용한 정보기술 전문가들의 경험, 정보 분야에 특화한 일부 회계사의 경험 등 정보기술 지식을 활용, 정보기술 전문가들이 그동안 점유했던 업무 영역을 최대한 침범하게 된 것이다.
정보전문가들은 그들이 가진 기술적 기반에 다양한 지식이 요구되는 감리나 경영컨설팅, 그동안 경험해왔던 각종의 업무시스템 구축 경험으로 획득한 관리적 지식들을 종합, 데이터 영역에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다. 회계의 국제화는 한편은 정보전문가에게도 잘 준비된 새로운 토양이 돼 있다.
전쟁에 이기려면 지피지기해야 한다. 회계전문가는 어렵다는 회계원리라는 지식을 가지고 여기에 정보시스템론의 많은 부분을 섭렵해 왔다. 정보전문가가 이제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회계원리라는 한계에 도전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회계는 그리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차변과 대변이라는 2진법에 근거한 물 샐 틈 없는 치밀한 논리구조로 돼 있는 복식부기 영역은 어쩌면 공학도에게 가장 접근하기 쉬운 부문일 수 있다.
아마도 웬만한 이들은 잘 설명된 회계원리의 한 페이지를 가지고 불과 몇 시간 만에 그 대부분을 섭렵할 수 있을 것이다. 회계의 국제화와 함께 데이터를 이용한 비즈니스 영역의 주도권을 놓고 전개될 목숨을 건 치열한 혈전이 전개될 직전에 있다. 실력대결과 자금 및 정치력을 앞세운 술수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 귀추가 주목된다.
임득수 한국기업평가원 부원장 ids@kiv.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