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모바일OS 너무 많다" 아룬 사린 보다폰 CEO

 “이렇게 많은 운용체계(OS)가 필요한 이유가 도대체 뭐야.”

지난주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 2008’은 모바일 OS의 각축장이었다.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폰 시제품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고, 오픈 소스인 리눅스와 호환되는 수많은 플랫폼이 선보여 모바일 OS 전성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분위기를 한순간에 가라앉힌 것은 아룬 사린 보다폰 CEO의 한마디. 그는 키노트 세션에서 “30∼40개에 이르는 OS는 너무 많다”며 “시장의 평가를 거쳐 4∼5개만 남고 나머지는 다 사라져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개발사들이 소수의 고품질 OS에 집중해야만 소비자가 원하는 양질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린 CEO는 “소비자 역시 휴대폰을 구매할 때 어떤 OS가 탑재됐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해야만 OS 통합이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리가 있다. 개발사가 수많은 플랫폼에 일일이 대응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신규 서비스 개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이동통신 업체 수장으로서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에 이번 발언이 휴대폰 제조사나 소프트웨어·콘텐츠 업체에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내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 나왔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통사의 폐쇄적 환경에 맞춰 제품을 공급해온 휴대폰 제조사와 콘텐츠 업체가 오픈 플랫폼이라는 지원군을 업는다면 힘의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

고성능 스마트폰의 등장도 이러한 OS의 분화를 부추긴다. IDG 뉴스는 휴대폰 업체들이 제한된 프로세스와 메모리 내에서 최대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자체 코드에 맞는 OS 개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통신 시장 발전’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면서도 실행 방법에는 불만이 많았던 휴대폰 제조사와 콘텐츠 업계의 껍질 깨뜨리기가 이제 막 시작됐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