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 등 문화콘텐츠산업은 국가경제를 이끄는 거대산업으로 차세대 신성장동력이다.” 최근 정부가 국정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온라인 게임의 제작자이자 한 기업의 대표로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문화콘텐츠산업 분야가 이러한 신성장동력에 속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감격적인 일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내 문화콘텐츠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게임 부문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우리 온라인 게임은 세계 수준에 손꼽히는 문화콘텐츠지만 역사는 이제 10년에 불과하다. 인터넷 보급망이 확충되면서 곳곳에 PC방이 자리 잡기 시작한 1998년 무렵, ‘리니지’를 통해 국내에 온라인 게임이 대중화되기 시작하였고 ‘미르의 전설’ ‘라그나로크’ ‘메이플스토리’ 등으로 이어지며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흥행하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미국·일본 등의 메이저 게임업체가 온라인 게임 진출에 나섰고 중국도 자국 게임산업 보호정책에 따른 급격한 성장을 이루며 글로벌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게임 과몰입 현상 등 게임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맞물리면서 온라인 게임의 성장세는 2∼3년 전부터 주춤해졌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산업 분야 중 하나인 국내 온라인 게임이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매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창의성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에서 게임 등 문화산업을 개발 제작 유통 소비하거나 이와 관련된 서비스 산업을 말할 때 흔히 저작권(IP) 산업이라 불리는 것이나 영국의 크리에이티브 산업 등 명명에서 알 수 있듯 창의성을 뺀 문화콘텐츠 산업은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나라가 온라인 게임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어느 정도 시장을 선점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경쟁하에서 이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훨씬 높은 창의력이 요구된다. 나는 국내 인재의 창의력이 세계 어디에 내놔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거친다면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및 세계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는 게임은 창의력이 뛰어나거나 새 영역을 개척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우리 세대가 역할의 초석을 닦는 것을 임무라고 생각하고 국내에서 개발할 때에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제품, 국내 시장의 파이만을 고려하고 고집하는 제품이 아니라 세계적인 시야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창의 한국’을 건설하기 위한 노력이 될 것이다.
또 차기 정부의 5대 국정 과제에서 ‘문화콘텐츠 집중’이 핵심 과제로 선정된만큼 게임산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더 너그러워져야 할 것이다. 창의력이 성공의 관건이 되는 상황에서 그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지는 무엇보다 소중한 인프라가 된다. 또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게임산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바람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좀 더 ‘유익한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며 가능성 있는 것”이라는 인수위원장의 말은 매우 인상적이다. 바야흐로 21세기는 문화콘텐츠 전쟁시대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davinci@ncsof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