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 사생활 폭로 사이트 `골머리`

美 대학, 사생활 폭로 사이트 `골머리`

 # 코넬대학의 한 학생은 최근 대학생 잡담 사이트인 쥬시캠퍼스(JuicyCampus.com)에 접속했다가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성적 편력에 대한 미확인 글들이 수없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캠퍼스의 동료 학생들이 모두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아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 대학 캠퍼스가 사생활 폭로 사이트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LA타임스는 대학가에서 요즘 뜨는 얘기나 소문을 게시하는 쥬시캠퍼스가 심각한 익명성의 폐해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가을 듀크와 UCLA 등 7개 대학 캠퍼스 게시판으로 시작한 쥬시캠퍼스는 ‘누가 가장 섹시한가’라던가 ‘누가 누구를 사귄다’는 등의 제목을 달면 짧은 댓글로 내용을 이어나가는 일종의 잡담 사이트다. 가입 절차가 전혀 없고 개별 글에 대한 IP 로그기록도 남지 않아 완벽한 익명성을 보장한다. 학생 사이에 소문이 나면서 게시판 개설 대학은 50개 이상으로 늘었다.

 문제는 익명성을 과도하게 보장하면서 ‘대학가의 재밌는 얘기를 공유하자’는 초기 설립 취지는 퇴색하고 ‘누구의 성생활이 문란한가’처럼 개인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급기야 페퍼다인대학 총학생회는 학교 당국에 쥬시캠퍼스 접속을 막아달라고 청원했다. ‘인터넷 자유’를 주창해온 학생들이 ‘인터넷 활동 제한’을 요구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가 캠퍼스 밖에서 접속하는 행위까지 막을 수는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다니엘 솔로브 법학 교수는 “미국법에서는 웹사이트가 사용자 게시물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면서 “쥬시캠퍼스는 소문과 험담을 게시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므로 다른 기준이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넬대학의 C.J. 슬리클렌 학생회장은 “학생들 스스로 쥬시캠퍼스에 관심을 줄여 스스로 사라지게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