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학인증제, 교육현장 여건 검안해야

 도입 8년째를 맞고 있는 공학교육인증제도가 교육현장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 38개 대학이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공학교육인증을 받아 공학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운영상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학교육인증에 대한 이 같은 불만은 하루 이틀 새 쌓인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본래 공학교육인증제도는 공학교육의 품질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격상시켜 보자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국내 이공계 교육이 국제적인 수준에 미달하고 국내 산업 현장과도 유리된 것이라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FTA 체제의 확산 등으로 국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공학교육의 국제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공학교육인증제도 역시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근본적으로 제도의 도입취지와 국내 교육인프라가 충돌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가령 교수 한 명당 학생 수 등 기본적인 교육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제도를 도입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바로 ‘창의성’ 문제다. 이공계 교수들과 학생들은 공학교육인증에 따른 교육을 시행하면 과중한 커리큘럼과 서류업무 때문에 인증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뼈아픈 지적을 하고 있다. 인증수업이 이공대생의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직성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물론 전공과정의 심화라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겠지만 교육수요자를 검증하는 ‘창의성’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인증제도는 현실에서 괴리될 수밖에 없다.

 교수들의 불만도 상당히 높다. 인증원이 요구하는 각종 요구사항들, 가령 전공과목별 교육목표와 항목별 평가기준, 평가결과의 분석, 개별학생과 상담 등 일련의 과정이 복잡하고 행정업무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대학들이 교수들의 교육역량보다는 연구역량이나 실적을 중시하고 있는 풍토에서 보면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물론 이런 행정적인 절차들이 교육과정의 표준화를 위해 중요하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교육 현장의 현실을 무시하고 교수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제도의 도입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교육 현장의 여건을 무시하면 공학교육의 혁신은 요원하다.

 공학교육인증제도의 사회적인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 이 제도가 도입된 지 꽤 됐는데도 아직 대부분 국내 기업이 이 제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공학교육인증수업을 받은 이공계 인재의 프로젝트 수행능력 등이 우수하다고 평가되고 있으나 기업 현장에선 잘 알지 못한다.

 이왕 도입된 공학교육인증제도가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뿌리내리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