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이 IT기업의 잇딴 ‘결별 선언’으로 냉가슴을 앓고 있다.
워싱턴D.C와 인근 메릴랜드주·버지니아주·웨스트버지니아주 일대를 포함한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지역(WMA: Washington Metropolitan Area)의 대표적인 IT기업인 AOL과 스프린트넥스텔이 각각 본사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AOL은 온라인광고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버지니아주 댈러스에서 뉴욕으로 본사를 옮기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10월 밝혔고 워싱턴D.C.에서 조금 떨어진 레스톤에 본사를 둔 스프린트넥스텔 역시 지난달 캔자스주 오버랜드 파크로 이전키로 결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 ‘AOL 엑소더스 효과(the AOL Exodus Effect)’란 제하의 기사에서 두 기업의 본사 이전 발표 이후 고급 인력들이 워싱턴을 등지고 실리콘밸리로 돌아가고 있다며 워싱턴의 IT산업 공동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은 그간 정부청사 공무원들의 베드타운 또는 불투명한 로비 산업만 모여 있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첨단 기술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IT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왔다. 스프린트넥스텔과 AOL은 각각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사업자와 인터넷업체로 워싱턴의 얼굴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지역은 실리콘밸리에 이어 미국에서 두번째로 IT관련 일자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워싱턴은 실리콘밸리의 스탠퍼드대나 동부의 MIT와 같은 IT사관학교 1∼2개 대기업에만 의존하다보니 산업을 튼튼히 받쳐 줄 인재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여기에 스프린트넥스텔과 AOL의 본사 이전 소식은 가뜩이나 인재가 부족한 워싱턴의 IT산업에 폭탄 선언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AOL 수석부사장 출신의 벤처캐피털 리스트 애덤 레먼은 “(AOL과 같은) 대표기업은 해당 지역에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는 구심점이 되고 벤처캐피털 자금을 끌어들여 결과적으로 그 지역 신생 벤처들을 또다른 대표기업으로 키우는 시너지 효과를 낸다”며 “AOL이 본사를 워싱턴 바깥으로 옮기면 이 지역의 인재와 자본도 함께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앤 벤틀리 AOL 대변인은 “우리가 본사를 옮기더라도 여전히 노던버지니아주에 있는 조직을 유지할 것이고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AOL은 이미 노던버지니아주 법인의 인력 절반 가까이를 감축하고 지역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