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지식기반 경제사회로 급속히 전환하면서 고급 인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빌 게이츠에서 알 수 있듯 고급 인재는 많은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국부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국가가 저마다 고급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급인력이 양뿐만 아니라 질에서도 부족한 편이다. 세계적인 고급 인력은 단순히 교육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인프라가 뒷받침해줘야 한다.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고급 이공계 인력이 한국에 돌아오는 비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삼성경제연구소가 19일 ‘과학기술 고급두뇌 확보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박사급 고급 인력이 양적·질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선진국과 선진기업의 우수인력 유치 방안을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영국은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 1년 체류한 뒤 4년 연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미 200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한 해에 외국인 14만명에게 비자를 발급하고 있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단기간 머무는 고급 기술자에 부여하는 H1B 등 여러 비자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미 산업계는 이마저도 부족하다며 고급 인력 유치에 미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아시아 제일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싱가포르는 아예 고급 인력 유치에 규제가 없기로 유명하다.
이처럼 세계 여러 나라가 고급 두뇌를 확보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건만 우리는 이들 국가에 비하면 아직 여러모로 부족한 편이다. 특히 고급 이공계 인력의 취약한 인프라는 우리 사회가 자초한 면도 있다. 한 명의 우수한 엔지니어가 수천명, 수만명을 먹여 살리는데도 우리는 이들의 대접을 소홀히 했다. 그 결과 우수한 두뇌를 가진 젊은이들이 이공계를 택하는 대신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법·의학 쪽을 택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몇 년간 수능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한 재원들이 전부 의대에 진학하고 역대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입상자 중 20% 이상이 의대에 진학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처한 이공계의 슬픈 자화상이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를 일컬어 가진 것은 오직 ‘사람’밖에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는 사람만이 우리 경쟁력이고 최대 자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급 과학기술 두뇌 양성을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 맡겨서는 안 된다. 고급 과학기술 두뇌 이탈과 질 저하를 막기 위한 획기적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 시행해야 한다.
초·중·고등학교, 대학과정부터 석·박사까지 고급이공계 인력의 공급 파이프라인이 단절되지 않도록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해외에 나가 있는 이공계 고급 인력을 활용하는 측면에서 이들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 관리하는 한편 이들이 한국에 돌아와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