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한·중·일 기술거래 모색

 한국이 일본과 중국에 낀 ‘넛크래커’에 비유돼 사람들 사이에 회자된 것은 이제 아주 상식으로 통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보도된 한 연구결과는 한·중·일 3국의 기술격차에 중요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세계 최고의 기술수준을 100으로 놓고 44개의 기술수준을 분석해 본 결과 한국이 일본보다 앞선 기술이 없었다. 중국에 비해서는 다소 앞섰으나 기술격차는 좁혀졌으며, 한일 간 기술격차는 벌어졌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최근 일본이 한국과의 FTA 협상재개를 모색하면서 전통적인 농산품·공산품 등의 관세 철폐 외에 협력 강화 대상으로 산업기술과 에너지 절약 기술 등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경쟁자이자 협력해야 할 국가 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과 분업을 적극 검토할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우리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추진하는 신성장산업에서 중국·일본의 국가핵심산업 육성 로드맵과 중첩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지역 간 경제 통합체를 구성하기 위해 국가 간 합종연횡이 심화한 세계 경제 상황에서, 한·중·일 산업계의 치열한 경쟁은 소모적인 출혈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한·중·일의 수출 산업이 더 이상의 소모적 출혈경쟁을 막고 생산적인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3국 모두가 신뢰에 기반을 둔 기술 분업에 전향적 태도를 취해야 하는 이유다.

 ‘기술 분업’은 ‘기술혁신 및 기술적 비교 우위에 따라 기업(혹은 국가) 간 생산이 분업화되는 구조로 나타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국제적 관점에서 기술혁신 기업(국가)의 기술독점력, 또는 기술특화국의 기술경쟁력이 다른 기업(국가)에 비해 월등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기술 분업’이다. 알다시피 ‘국제적 기술 분업’은 어느 나라가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지에 따라 나타난다. 출혈경쟁을 막고 국가 간 산업의 구조조정을 이끌며 지역적인 통합이라는 순기능을 갖는다.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중·일 3국 간 경쟁이 급가속할 것을 예상한다면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일본의 기술경쟁력과 중국의 비용경쟁력 사이에서 압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한·중·일 간 기술 분업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중·일 기술분업 위원회(가칭)’ 설치도 고려해 봐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한·중·일 3국 공동의 기술개발 및 기술제휴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한·중·일 공동 기술발 및 기술제휴는 한일, 한중, 중일의 양국 간 상호 기술개발 및 기술제휴를 포괄해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3국 간 기술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두 나라 간 공동 기술개발 및 제휴는 당사국의 기술시장을 부분 개방하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3국 간 공동 기술개발 및 기술 제휴의 접점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양국 간 기술협력 정책을 3국 간 기술협력 정책으로 전환하고 민간 차원의 기술협력 시스템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3국 간 기술협력의 교점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3개국 간 기술거래 촉진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 역시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기술교역은 중국·인도 등에서 흑자를 기록했지만 미국과 일본에는 적자를 내는 구조가 뚜렷하다. 우리나라는 전형적으로 선진국에서 기술을 도입해 우리보다 기술경쟁력 낮은 국가에 판매하는 형태다. 따라서 주요 선진국의 기술거래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한·중·일 기술거래를 활성화하고 상호 기술력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대책도 아울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경환 교수<성균관대 산학협력단·기술거래사> khkim61@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