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조사 기관 한국IDC가 예측한 올해 국내 IT시장의 주요 이슈와 트렌드 10가지 중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그린IT’ 열풍이다.
PC·반도체·서버·스토리지 등을 비롯한 IT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인터넷데이터센터에 이르기까지 그린IT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았다. 이제 IT분야에서 에너지 절감은 상황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으로 인식된다. 특히 방대한 규모의 서버와 스토리지를 365일 24시간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릴 만큼 많은 전력을 소비해 데이터센터 업그레이드의 필요성과 차별화된 IT서비스 관리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 열관리협회(Thermal Management Consortium)가 IT시스템의 전력과 발열량 추이를 분석한 내용은 IT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2005년까지 데이터센터에서 운용된 대다수 x86 서버의 발열량이 1992년을 기준으로 최고 15배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기업의 IT시스템 수요가 늘어나고, 해당 장비의 성능이 높아지는 만큼 에너지 소모량도 같이 증가해 온 것이다. 또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 사용량의 45∼50%가 공조를 위해서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발열과 냉각 문제, 그에 따른 에너지 사용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로 지적됐다.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시스템의 발열량이 높아지니 자연스럽게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한 에너지 소모량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센터는 서버·스토리지 관리를 위한 전력, 센터 내부 열을 식혀주기 위한 항온항습 등 운영비의 대부분이 전력 사용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전력 사용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데이터센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IT업계가 이 같은 친환경 과제를 빨리 풀어가지 못한다면 IT산업 발전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도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 문제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각 데이터센터 차원에서 그린IT를 구현하려는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이들 데이터센터 업체는 센터 건물을 신축하거나 새롭게 고치는 등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센터 항온항습 비용을 줄이면서도 최적의 내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효율적으로 랙을 배치해 뜨거워진 서버가 서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센터 내부를 설계하는 작업도 활발하다.
하지만 진정한 그린IT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센터 설비와 효율적인 운영 등으로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데이터센터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버나 스토리지를 제조하는 IT시스템 업체도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꾸준히 개발, 그린IT 운동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시스템 성능을 높이는 노력에 머물 것이 아니라 더욱 적은 에너지로 높은 성능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IT시스템 업체와 데이터센터의 노력에 더해 에너지 효율화 제품 개발 지원과 그린IT 제품 구매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정부 차원의 그린IT 활성화 정책도 수반돼야 한다. 친환경 IT사업을 벌이는 IT기업과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수요자층에 지원이 없다면 그린IT 시대를 열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그린IT를 표방한 인터넷데이터센터 구축과 에너지 효율적인 IT시스템 개발, 정부의 그린IT 정책 등이 함께 펼쳐져야 한다. 이들 삼박자가 맞물려 돌아가야 어렵게만 느껴지던 그린IT 환경이 좀더 빨리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성민 호스트웨이IDC 사장 smkim@hostw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