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를 추진해 온 역사는 길지 않다. 전자정부는 정보기술을 이용해 정부의 일하는 방법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95년 정보화촉진법이 제정되고, 이 법에 따라 그 이듬해 정보화촉진기본계획이 정보화를 위한 정부 종합 정책으로 채택되면서 전자정부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제 13년째이다.
그동안 전자정부를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수립 시행하면서 정부가 변하고 새로워진 증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 전자정부 수준에 대한 외국의 평가는 대단히 호의적이다. 반면에 국내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전자정부 모습은 꼭 그렇지 않다. 전자정부가 원래 의도한 바의 모습과 지금 현재의 모습을 비교할 때 양에 차지 않은 부문이 많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추진돼 온 전자정부가 이제 새로운 전환의 시점을 맞이한다. 문민정부 시절에 기획된 정보화촉진기본계획의 첫 번째 사업인 전자정부 사업과 ‘국민의 정부’의 11대 과제를 지나, 지난 5년 동안 참여정부의 IT정책의 중심이었던 전자정부 로드맵 31대 과제가 이제 그 종착점에 이르렀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난 전자정부 추진과정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다.
전자정부의 원시시대를 넘어 기본틀을 마련했던 11대 과제, 이를 이어받아 전자정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참여정부의 전자정부 사업 핵심은 부처 간 행정정보 공유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운영 인력 등 정보자원을 통합하고 연계하는 것이었다. 정보자원의 통합연계와 정보공유는 따지고 보면 서로 다른 두 개의 사업이 아니고 하나다. 행정정보도 정보자원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초기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에서 두 개의 목표를 따로 설정한 것이 원인이 됐는지, 같은 그림 밑에서 추진돼야 할 정부통합전산센터와 행정정보 공유사업이 따로 추진된 것이 전자정부의 추가적인 발전 여력을 쇠퇴하게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자정부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내의 역학관계가 만든 결과다.
사실 정부의 전산자원을 통합하고 이를 기초로 업무통합까지 시도했던 일은 11대 과제를 기획할 때 시작됐다. 그 일의 규모가 너무 방대하고 매우 과격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것이다. 2대의 정부에 걸친 사업으로 국민의 정부는 그림만 그렸고, 지금의 참여정부가 아주 원시적인 단계인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하드웨어의 위치만 한군데로 모아 놓은 위치통합을 이룬 것이다.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정보자원의 통합 연계가 이제 초기단계를 지나 다음 단계로 발전하는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봐야 한다. 여기에는 물론 행정정보 공유도 포함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분야가 전자정부 아키텍처를 수립하고 적용하는 일이다. 다음 단계 전자정부의 숙제는 ‘아키텍처를 어떻게 구체화해서 적용하고 이로써 행정정보 공유 확대를 포함한 통합전산센터를 발전시킬 것인가’라는 질문과 연관된다. 통합전산센터는 정부업무 전반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된 정보기술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복잡함을 극복하는 방법에 전자정부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통합전산센터와 아키텍처 그리고 정보자원의 효율적 운영에 관한 법률이 서로 연관돼 각각의 요소가 수정·보완돼야 한다. 그러나 각 법률은 정부통합전산센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졌다. 정보자원의 효율적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는 법인데도 그 대상인 통합전산센터에 관한 사항을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법과 현실의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위치통합을 넘어 하드웨어와 운용체계 및 소프트웨어를 기술적인 중복이 일어나지 않도록 통합해야 한다. 정부의 조직별 기능과 목표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달성되도록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연계하고 통합하는 것이 전자정부와 통합전산센터의 최종 발전방향이다. 따라서 이러한 연관성을 전반적으로 반영해 ‘정보자원의 효율적 운영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의 개정도 포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국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 khjeong@kis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