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인수·합병 바람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인터넷 산업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포털 ‘다음’은 물론 전자상거래 ‘G마켓’이 시장 매물로 나와 주인을 기다라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다음은 네이버에 이어 국내 2위 포털이며 G마켓은 오픈 마켓 방식의 대표 쇼핑몰로 인터넷 간판 선수다. 이들 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점은 인수 주체다. 공교롭게도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업체로 빠짐없이 ‘통신 시장의 맏형’이라 불리는 ‘KT’가 거론되고 있다. 물론 당사자 모두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소문은 좀처럼 식지않고 오히려 최근 KT의 행보와 맞물려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대형 닷컴 인수설 “모락모락” = ‘KT, 다음 인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KT가 다음을 인수한다는 얘기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디앤숍 (전자상거래),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온라인 보험) 등 일부 관계사를 정리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끊임없이 ‘매각설’에 시달려 왔다. 다음 매각은 지금도 ‘정보지’로 불리는 내부 소식지의 단골 메뉴다. 최근 소문은 더욱 구체적이다.
이미 두 회사에서 물밑 접촉이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다음 측은 “전혀 근거 없다”며 부인하는 상황이다.
KT는 또 인터파크가 추진 중인 G마켓 지분 인수의 유력한 후보로 올라와 있다. 인터파크는 “복수 매수 희망자와 조건을 협상 중”이라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 KT가 다음· G마켓 인수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KT는 “장고 중” = 통신 기업인 KT가 벤처 주도의 인터넷 시장에서 오르내리는 이유는 KT 고민과 맞닿아 있다. 사실 KT 주력인 유선 인프라 사업은 이미 정체에 빠졌다. KT 입장에서는 어느 때 보다도 차세대 성장 사업을 고민할 시점이다. 게다가 KT가 밀고 있는 와이브로와 같은 서비스를 위해서는 유·무선 포털과 같은 인터넷 모델이 반드시 필요하다.
KT가 포털 ‘파란’의 KTH와 ‘KT몰’을 운영하는 KT커머스라는 계열사를 두고 있지만 투자에 비해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갈 길 바쁜 KT 입장에서는 가격은 둘째치고 시장 지배력이 보장된다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싸이더스를 포함한 콘텐츠 업체에 큰 의욕을 보인 데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게다가 하나로 텔레콤을 인수해 유·무선 포토 폴리오를 갖춘 SK텔레콤에 쫓기는 상황이다.
◇가능성은= KT를 둘러싼 소문이 더욱 힘을 실리는 데는 산업계의 분위기도 한 몫 했다. 인터넷 시장에서 네이버 독주 구도를 깰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KT 뿐이라는 바람이 팽배하다. 사실 네이버가 인터넷 시장을 주도한 데는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KT는 최두환 부사장 주도로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부사장은 ‘뉴 커뮤니케이션· 뉴 윈도· 뉴 비즈니스모델’ 등 3개 축으로 새로운 KT 비전을 그리고 있다. 이미 밑그림이 나왔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KT가 소문처럼 인터넷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지, ‘찬 잔 속의 미풍’으로 끝날 지 인터넷 업계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