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계산 능력을 자랑하는 컴퓨터의 지능은 어린 아이보다 훨씬 못하다. 간단한 이야기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개와 고양이의 차이점도 구별 못한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고체회로학회에서 제프 호킨스 팜(Palm) 설립자는 ‘컴퓨터는 왜 인간의 두뇌가 될 수 없을까’라는 칩 설계 분야의 오래된 질문에 대한 주제 발표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호킨스는 팜과 핸드스프링(Handspring) 설립자이자 인간 두뇌에 관한 전문가로 ‘지능에 대하여(On Intelligence)’라는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는 “ ‘폰 노이먼 아키텍처(Von Neumann architecture)’에 따라 설계된 오늘날의 컴퓨터는 인간 두뇌 구조와 전혀 달라 사물을 인지하고 배우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폰 노이먼형 컴퓨터는 프로세서에 메모리가 달려있는 구조인데 반해 인간의 뇌 구조는 단계적으로 사물을 기억하는 계층적 메모리 시스템 구조라는 것이다.
“인간 두뇌는 1단계에서 대강의 사물 형태만 인지하고 2단계에서 남자 인간이라는 점을 인지하며, 3단계에 가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라는 이름까지 기억하는 단계형 구조로 돼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두뇌는 전혀 모르던 사물을 하나씩 배워 나가는 것이죠.”
그는 “앞으로 컴퓨터 공학자들의 목표는 바로 인간의 뇌를 구조를 컴퓨터에 적용해 ‘사물을 배우고 인식하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돼야 한다”면서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지만, 많은 사람이 동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킨스는 지난 2005년 신경과학 분야 관련업체인 뉴멘타(Numenta)를 설립, 사물을 인지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