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열린 e스포츠 `필라 어치브` 우승

사상 처음으로 북한에서 열린 e스포츠 대회에서 우승의 영광은 필라 어치브 팀이 차지했다.
사상 처음으로 북한에서 열린 e스포츠 대회에서 우승의 영광은 필라 어치브 팀이 차지했다.

 반 세기 만에 금강산에서 총성이 울렸다. 50년 전에는 분단의 파열음이었지만 이번에는 화해와 평화의 신호탄이었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스페셜포스 금강산 스페셜파티’ 행사 기간 동안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e스포츠로 남과 북이 하나 되길 바라며 마음껏 축포를 쏘았다.

 스페셜포스 개발사인 드래곤플라이(대표 박철우)가 주최하고 온게임넷(대표 김성수)이 주관한 이 행사는 북녘 땅에서 최초로 열린 e스포츠 경기다. 이 행사에는 박철우 사장과 김성수 사장을 비롯해 최규남 게임산업진흥원장과 제훈호 e스포츠협회 이사, 스페셜포스 선수단과 응원단 등 총 250여명이 참가했다.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북측 교예단의 공연과 함께 시작된 행사는 스페셜포스 이용자 간담회와 금강산 등반으로 이어졌다. 또 참가자들의 사인이 담긴 한반도기와 스페셜포스 동영상 CD, 기념 사진 등을 넣은 타임캡슐 매립식을 가졌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온게임넷 태양의 맛 썬컵 4차 마스터리그’ 결승전에서는 ‘대전연합 Pc파크’와 ‘필라 어치브’가 맞붙었다. 양팀은 치열한 역전극을 펼친 끝에 MVP에 빛나는 이성훈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필라 어치브가 2대 1로 승리를 거두며 2500만원의 우승 상금을 차지했다.

스페셜포스 금강산 스페셜파티는 북한에서 최초로 열린 e스포츠 대회라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또 외국게임 위주인 국내 e스포츠 현실에서 국산 게임으로 펼친 대규모 대회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일회성 행사가 아닌 북한과 향후 지속적인 게임대회 운영을 기대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고도 볼 수 있다.

대회 실무를 총괄한 윤재웅 온게임넷 사업팀장은 “다른 외국 대회보다 북한 대회가 5배 정도 힘들었지만 가장 보람이 크다”며 “북한이 통제 물자인 컴퓨터와 고성능 카메라 등의 반입을 허가해줘 무사히 대회가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인터뷰-박철우 드래곤플라이 사장

 “북한과 게임 분야에서 기술 교류를 하고 싶고 여건만 마련된다면 함께 사업을 할 수도 있길 바랍니다.”

박철우 드래곤플라이 사장은 북한에서 열린 최초의 e스포츠 대회의 성공으로 상기된 가운데 북한과의 게임 교류라는 포부를 밝혔다. 박 사장은 “북한 관계자들의 말을 들으니 PC게임 위주의 게임 개발사가 있다고 들었다”며 “게임을 즐기는 북한 주민들도 꽤 있다는 말을 들으니 게임을 통한 남북한 교류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일회성 행사가 아닌 매년 북한에서 게임대회를 마련하고 싶다”며 “이번에 보여준 북한 측의 지원으로 봐서는 이 꿈이 이뤄진다고 믿는다”는 계획을 내놨다.

박 사장은 국산 e스포츠 종목 활성화에 대해서는 “정부나 협회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게임 업체가 e스포츠에 맞는 게임을 만들고 대회를 지원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앞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이기는 날까지 e스포츠 분야에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또 “e스포츠에 어울리는 게임을 계속 개발하고 프로게임단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금강산=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