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새 정부의 실용성과 남북 IT 협력

[통일칼럼]새 정부의 실용성과 남북 IT 협력

 10년 만의 정권교체와 함께 실용정부가 들어섰다. 남북관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정부의 명분론 및 햇볕정책 대신 경제협력도 경제적 득실을 따져 진퇴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통일 당시 동독은 서독 대비 인구는 25%, 개인소득은 88%, 개인 생산성은 56%였다.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동독지역 개발과 옛 동독지역 거주민을 통합하기 위해 연평균 85조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통일 2년 후인 1992년 옛 서독지역 국민의 개인소득은 통일 전에 비해 18%가 감소하는 후퇴를 경험했다. 남북은 인구비·개인소득 및 개인 생산성 등 모든 지표에서 독일 상황보다 훨씬 격차가 크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정부가 적극적으로 북한 지역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한 것은 통일 이후를 생각해 볼 때 바람직한 것이다.

 민간 기업의 개발책임자로 최근 고민하는 주제는 국가 경계를 넘는 무한경쟁 환경에서 어떻게 자국시장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외국시장을 확대해 갈지 하는 것이다. 게다가 IT 분야는 빠른 기술진보로 제품 수명주기가 짧고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 심한 가격경쟁이 불가피하다. 결국 어떻게 낮은 비용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값싸게 부품을 구매, 제조해 판매할 수 있는지가 기업 경쟁력의 요체인 것이다.

 세계적 IT 기업은 전자의 경쟁에서는 인도 벵갈루루 대표되는 저가의 소프트웨어 아웃소싱을, 후자의 경쟁은 중국 광둥 지역의 저가 생산 공장을 이용하는 해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인도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중국 생산기지 비용이 급상승하면서 더욱 값싼 선택을 위해 끝없이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구체적 사례로 노키아 계열사들은 서유럽의 고액연봉 개발자 수를 억제하고, 아시아권의 저액연봉 개발자를 일정비율 이상 확보하는 것을 구체적 경영지표로 삼아 관리하고 있다. 중국의 통신 글로벌 기업인 화웨이는 중국 내에서도 생활비가 이미 비싸진 선전과 상하이 개발센터를 확대하지 않고 내륙지역 대도시에 신규 개발센터를 구축해 가고 있다.

 우리 IT 기업들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치르고 있다. 중국 개발자의 임금은 국내 기업과 비교해 평균 20% 안팎이다. 한국은 이런 중국과 이미 선진 시스템을 갖춘 일본 사이에서 생존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중국보다 낮은 생활수준을 가진, 그래서 인건비가 아직도 낮은 북한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게다가 북한에서는 국가적으로 집중 양성한 3000여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매년 배출되고 있다. 반면에 남한에서는 이 분야가 3D 산업이라 해서 우수 인력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만일 남한기업과 북한의 개발인력을 연계할 수 있다면 국가적으로 IT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새 정부의 노력으로 북한 내 사업수행 지역에서의 투자보장·통행·통관 및 통신 같은 문제를 해결, 남한 기업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로써 막대한 통일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것은 물론이고 덤으로 10년 내 북한의 1인당 GDP를 3000달러로 올려놓겠다는 공약도 열매를 거둘 수 있다. 나는 수년간 북한 개발자와 일한 경험이 있다. 이에 비춰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남북 경제협력에서 경제 논리가 적용될 수 있는 사업 환경을 확보해 달라는 것이다. 그럴 때 IT 산업분야에서의 남북협력은 남한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 샌드위치 상황을 타개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이상산/다산네트웍스 부사장·기술본부장 sslee@dasannetwor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