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에 결합상품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정부가 새로운 통신규제로드맵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지배적사업자에게 요금할인이 가능한 상품결합이 허용되는 등 제도개선이 본격 거론되면서 결합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길이 크게 열린 것.
바야흐로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에 결합서비스를 매개로한 구도 재편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합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비단 국내 시장에서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세계 굴지의 통신업체의 경우 우리보다 앞선 2000년대 초부터 다양한 결합서비스를 무기로 고객 환심 사기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AT&T, 버라이즌 등이 결합 상품을 내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AT&T는 유선전화(시내+장거리) 패키지를 기본으로 초고속인터넷과 디지털 위성방송에 이어 이동전화까지 결합한 QPS(Quadruple Play service)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이용자가 자신의 요금제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결합서비스도 내놓은 상태다.
버라이즌 역시 시내와 장거리 전화를 합친 상품을 기본으로 초고속인터넷과 방송서비스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선전화 패키지 및 방송서비스의 경우 요금 할인은 없지만 초고속인터넷의 경우 1년 약정에 대해서 할인을 해주고 있다.
AT&T의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결합상품에 따른 가입자 락인(Lock-In) 및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증가 효과는 확실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가정용 가입자의 68%가 AT&T의 결합상품에 가입해 있으며 초고속인터넷이 추가된 결합상품의 경우 가입자 이탈은 40% 줄고 가입자당 매출은 120%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초고속인터넷과 이동전화가 모두 포함된 경우 가입자 이탈은 60%가 줄고 가입자당 매출은 무려 350%가 늘어나는 결과를 보였다.
영국의 BT는 시내와 시외전화 서비스를 합친 패키지 서비스를 기본 상품으로 국제전화와 LM통화를 이용할 경우 각각 25%의 요금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하나의 단말기로 실내에서는 초고속인터넷을, 실외에서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음성통화를 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초고속인터넷의 부가서비스 형태로 무선랜과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결합해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 벨캐나다의 경우 초고속인터넷에 장거리전화를 결합한 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계기로 결합서비스 시대를 열었다.
이후 초고속인터넷, 위성방송, 이동전화가 결합된 상품을 제공해 왔지만 지금은 기업시장에서만 결합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로저스 커뮤니케이션은 이용자가 자유롭게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 케이블 방송을 결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저스의 결합상품을 살펴보면 결합상품의 개수에 따라 할인을 차등 적용 국내 통신 서비스업체의 결합상품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NTT와 KDDI가 결합상품을 주도하고 있다.
NTT는 유선전화 지배적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타사와의 경쟁을 위해 초고속인터넷과 VoIP의 결합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가 결합된 상품도 판매 중이며, 광회선 가입자에게는 IP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DDI는 광회선을 사용하는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TPS를 ADSL 가입자에게는 IP전화가 결합된 서비스를 팔고 있다.
여기에 KDDI 자회사가 서비스하는 이동통신, 유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도 요금할인 혜택을 부여 실질적인 유무선 결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글로벌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결합상품은 대세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 결합 형태는 유선전화,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디지털 및 위성방송 등 모든 서비스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고객만 유치할 수 있으면 어떠한 서비스도 결합한다는 일종의 서비스 무한결합 시대로 진화해 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 볼 점은 결합상품은 제공되는 서비스의 종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가입자 잠금효과(Lock-In)가 크고 가입자당 매출(ARPU)이 커진다는 것이다.
결국 향후 국내 통신서비스 결합상품 시장 판세도 얼마나 많은 그리고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다양한 결합상품을 출시하느냐에 따라 지형이 그려질 전망이다. 물론 요금 할인폭이 크면 판세는 더욱 요동칠 듯싶다.
전자신문인터넷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