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통력직 인수위가 통신시장을 크게 뒤흔들만한 발표를 한 바 있다. 통신요금을 20% 내리도록 한다는 것이 발표의 요지다.
이에 통신서비스 업계는 통신요금에서 최후의 보루 영역인 가입비와 기본료를 손보는 게 아닌가 긴장했다.
인수위는 하지만 통신서비스 업체의 요구를 반영, 업체 자율에 맡긴다며 한발 물러섰다.
‘통신비 인하라는 주사위’를 넘겨받은 통신서비스업체는 묘안 짜내기에 들어갔다.
인수위가 “통신서비스업체의 자율성”을 배려한 만큼 통신서비스업체도 신정부에 화답해야 만 했다.
바로 결합상품, 망내할인, 재판매 활성화 등이 통신서비스업체들이 신정부 출범에 화답하기 위해 내놓은 통신비 인하 선물이다.
◆ 결합상품, 또 다른 통신 마케팅 수단
현재 통신서비스업체들이 신정부의 강력한 주문에 화답하기 위해 마련한 선물 중 가장 생색을 내는 상품이 바로 결합상품이다.
하지만 지금의 결합상품은 요금할인을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보다는 가입자 묶어두기와 신상품 끼워 팔기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두 개 이상의 통신서비스만 이용하면 그냥 요금 할인을 해주면 좋겠지만, 사업자들은 여기에 특정상품 이용, 약정 가입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붙이고 있다.
또 결합상품에 신상품을 적극적으로 끼워 넣는 반면 정작 일반적인 서비스는 배제시켜 사용자의 선택 폭을 제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결합상품을 통해 요금 할인은 제공하되, 그에 따른 수익 감소를 가입자 락인, 다수 상품 이용 유도, 신제품 끼워 팔기를 통한 마케팅 비용 절감 등으로 상쇄시킨다는 전략이다.
통신요금 인하 방안으로 실시되는 “가입자간 요금 할인 서비스(일명 망내 할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단체들은 조건부식 결합상품 및 가입자간 통화요금 할인과 같은 서비스보다는 가입비나 기본료 인하와 같은 모든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보편적인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자단체의 이 같은 요구에 통신서비스업체들은 “당장 수익이 적자로 돌아서고 향후 설비투자 축소로 전반적인 통신 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수익성과 직결되는 가입비 및 기본료를 흔들기보다는 요금인하와 고객 락인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결합상품으로 신정부와 소비자단체의 압력 예봉을 피하자는 게 통신서비스업체의 솔직한 속내인 듯싶다.
현재 통신서비스업체별로 수많은 결합상품이 쏟아내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요금인하를 피부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결합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수가 크게 늘지 않고 궁극적으로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신정부의 정책적 의지도 빛이 바래고 있다.
오히려 통신시장 포화에 따른 사업자들의 가입자 묶어두기 등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 결합상품이 통신과소비 주범이 될 수도
최근 들어 결합상품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새롭게 출시되는 결합서비스는 기존 상품보다 소비자 편익을 더욱 고려한 듯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소비자들이 결합상품을 접근하는데 있어 상당한 주위가 필요하다.
자칫 통신비 지출을 줄여보려 가입한 결합상품이 오히려 통신 과소비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금 할인이라는 부분만 보고 실제 사용량이 그리 많지 않은 통신서비스도 같이 가입하는 충동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하다 특가상품이나 묶음상품을 보고 필요이상의 구매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몇 달 이용해보다가 사용량이 적은 통신서비스는 해지하면 되지만, 약정이 걸린 경우 생각지 못한 위약금을 무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통신비 부담을 덜기 위해 선택한 결합상품이 오히려 불필요한 통신지출을 야기할 수 있는 주범이 될 수 있는 것, 이게 현재 국내 통신서비스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결합상품의 야누스적 얼굴이다.
분명 결합상품이 소비자의 주머니를 가볍게 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통신서비스 고객들이 피부상으로 느낄 수 있고 결합상품 구색을 갖추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고객과 소비자단체들의 주장에 통신서비스업체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통신요금 인하를 주창한 새정부가 바라는 것도 지금 같은 생색내기용 통신요금 방식이 아니라 진정 소비자들이게 혜택이 돌아가는 서비스일 것이다.
어제 공식 출범한 만큼 “날선 강제력”을 동원할 수도 있었지만 “비지니스 프랜들리”를 내세워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새정부에 화답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서비스업체별 이익에 매몰되어 통신서비스 시장 구도가 타율로 변화되기 되기보다는 소비자 이용 후생을 최우선에 둔 시장에 의한 자율적인 통신시장 구조 개편을 유도해 내는 것이 현재 국내 통신서비스업체가 직면한 최대 숙제다.
전자신문인터넷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