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상품을 매개로한 고객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통신서비스업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결합상품이 포화된 통신서비스 시장의 유력한 돌파구 중에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행여 초봄 날씨마냥 벽덕스러운 `넷心과 ‘폰心’이 자사 품으로 파고들기(Lock-In) 보다는 새둥지(쏠림 현상)로 날아가지 않을까하는 조바심이 나기 때문이다.
현재 결합상품에 가입한 고객 수는 어림잡아 230만명 정도다.
전체 통신서비스 시장에 비추어 볼 때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 정도 숫자로는 고객 움직임의 향배를 점치기 어렵다.
그렇다면 결합상품이 봇물처럼 쏠아질 경우 넷심과 폰심은 어떻게 작용할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다소나마 풀어줄 조사보고서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한국갤럽은 최근 “통신 결합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KTF의 의뢰로 작성돼 보고서의 순수성이 다소 의심스럽지만 “결합상품 대중화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국내 통신서비스 기상도를 미리 가늠해 본다는 측면에서 하나의 잣대는 될 듯하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5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자료의 핵심 주제는 유선상품과 무선상품이 결합될 경우를 상정, 소비자의 움직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즉 이동전화 시장에서 절대 강자인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같은 초고속인터넷업체와 손잡고 결합상품을 출시할 경우 KT- KTF, LG텔레콤-LG데이콤의 연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다.
결론은 SK텔레콤 연합이 경쟁사 연합을 압도,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을 더욱 고착화 시킬 수 있다고 내려졌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SK텔레콤의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이 출시돼 전체요금이 10% 할인될 경우 KTF와 LG텔레콤의 이동전화 가입자 32.7%와 33.7%가 각각 SK텔레콤으로 옮겨가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SK텔레콤 가입자 중 KTF와 LG텔레콤으로 갈아타겠다는 사람은 18.8%에 머물렀다.
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업체를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SK텔레콤 가입자의 51.9%가 SK텔레콤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기존에 이용하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해지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대신 KTF와 LG텔레콤 고객중 26.3%,27.9%만이 현재 이용하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업체를 변경할 심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SK텔레콤 쏠림 현상은 심화되고 경쟁사는 어려움에 직면한다는 게 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물론 이 보고서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마련돼 유도된 결론을 도출시켰다는 측면도 있지만 시사하는 점도 매우 크다.
우선 왜 SK텔레콤 고객들의 `SK 로열티`가 높은가이다. 이 점에 대해 SK텔레콤 고객들은 “이동전화의 품질이 좋다”고 한결 같이 응답하고 있다. 반면에 KTF및 LG텔레콤의 이동전화 품질이 좋다고 생각하는 고객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LG텔레콤과 KTF는 이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나아가 LG텔레콤과 KTF는 요금경쟁력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많은 만큼, 통화 요금 체계를 획기적 개선해 “제대로 깎아주는 요금제”를 개발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 볼만하다. 800MHz 로밍 요구는 그 다음이다.
이번 조사에서 KT도 소득을 얻었다.
KT의 메가패스 사용자 중 40.8%가 통신 품질이 좋아서 선택했다고 응답한 반면 SK텔레콤이 인수할 하나로텔레콤의 하나포스 고객중 28.0%만이 통신 품질이 좋아서 선택했다고 응답한 점이다. 이는 파워콤 고객 38.6%가 통신품질 때문에 파워콤을 선택했다는 것보다 낮은 수치다.
KT그룹이나 LG그룹 통신계열 3사는 이 대목에서 결합 상품 전략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이미 넷심과 폰심은 이미 확연히 드러났다.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합상품 전략을 짜는 것이 길이요 결합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는 첩경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