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과학기술의 도약

 지난 1970년대 이후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위는 ‘과학자’였다.

 자원 없는 조국을 먹여살릴 길은 과학기술뿐이라는 당시의 분위기에 최고 인재들이 과학기술 분야로 뛰어들었다. 최고 인재가 몰려들었기에 세계 최고의 연구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다. 가난한 조국을 과학기술로 살리겠다는 자부심이 있던 시절이었다. 무모했지만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눈부신 발전이 가능했다.

 이제 ‘과학’도 많이 변했다. 과학이 연구실을 벗어났고 과학자도 연구실을 벗어났다. ‘과학입국’이라는 말에 과학자의 길로 접어들었던 우리 세대도 이제 중년이 됐다. 박봉에 시달리면서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던 선배들은 이미 은퇴했다. 그 선배들을 딛고 우리는 세계 7위권의 과학기술 선진국이 됐다.

 과학자로서 최근 정부 조직개편 상황을 보면 암울하다. 과기부 해체 등으로 연구원들의 구심점을 잃었기 때문이다. 수시로 변하는 과학기술 정책에 시달려 왔지만 이번 만큼은 충격이 크다. 과학이 우리 미래를 살릴 것이라는 다짐마저 공허하다. 앞으로 우리는 후배들에게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연구목표 설정하라’는 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나의 연구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라’는 말조차 어렵다. 연구 조직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모른다. 과학자인 내가 내 아이에게 과학자가 되라고 권할 수 없다. 비애가 느껴진다.

 과학기술계도 실력을 갖춘 자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자는 도태한다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이 왔다. 과학자들도 이를 인정한다. 과학기술계도 경쟁할 준비가 됐고, 이미 그래 왔다. 문제는 과학자 사기저하다. 40년 만의 과기부 해체는 충격 그 자체였다. 조직개편 과정에서 과학자 의견은 묵살됐다. 과학자의 사기저하는 국가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과학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이윤표 KIST 에너지메카닉스연구센터 책임연구원 yplee@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