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시장에 결합상품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지난해 지배적 통신서비스업체의 결합상품 출시가 허용되면서 촉발된 결합상품 경쟁은 올해를 기점으로 통신서비스 시장의 메인스트림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방아쇠는 이미 당겨졌다. 결합상품 관련 최고의 이슈였던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가 현실화 된 것. 이에 경쟁사들도 계열사와의 연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새로운 결합상품 해법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올해에만 최소 600만명이 가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결합상품 시장. 그 주도권을 잡기위한 통신 대전의 1장 1막이 지금 올라가고 있다.
◆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합상품
결합상품이란 말 그대로 복수의 통신서비스를 묶어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대형마트에서 다수의 제품을 묶어 단일 제품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과 같다. 지금 통신시장 환경에서 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등 복수 이상의 통신서비스 이용하는 가정이 많은 만큼 결합상품은 새로운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도 결합상품은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여러 상품을 동시에 제공하는 만큼 요금 할인의 손실보전과 마케팅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새정부가 추구하는 통신비 인하 정책에도 부합되면서 수익감소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가입자들의 충성도도 높아져 사업자들의 가입자 이탈에 대한 고민도 줄어들게 된다. 소비자들은 여러 통신상품을 저렴하게 이용해서 좋고, 사업자들은 마케팅 비용과 가입자 이탈에 대한 부담이 줄어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서비스가 바로 결합상품이다.
◆ 탐색전 종료, 이제부턴 총력전
지난해 요금인하가 포함된 결합상품이 지배적사업자에게도 허용되면서 촉발된 결합상품 경쟁은 이제 통신역무 단일화와, 요금인가제 폐지 등으로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규제 장벽이 없어져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결합상품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가 결합상품 경쟁에 ‘탐색전’이었다면 올해는 ‘총력전’인 셈이다.
이에 사업자들 저마다 추가 결합상품 및 전략을 구상하는데 혈안이 돼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전화, 인터넷, TV의 TPS에서 전화, 인터넷, TV, 이동통신의 QPS로 모아지고 있다.
KT-KTF의 경우 결합상품의 백화점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다양한 서비스들을 선보이고 있다. 일반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인터넷전화, 와이브로 등의 서비스를 묶어서 제공하는 KT-KTF는 결합상품 종류 면에서는 가장 앞서고 있다.
SK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 인수로 날개를 달았다.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은 그토록 염원하던 유무선인프라 모두 확보, QPS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결합서비스 선도사업자의 만남은 향후 통신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의 합병은 경쟁사인 KT진영(KT, KTF)과 LG통신진영(데이콤, 파워콤, 텔레콤)의 연합전선 형성을 부추기고 있어 새로운 통신 생태계를 예고하고 있다.
LG데이콤과 LG파워콤도 협업을 통해 TPS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인터넷전화, TV의 TPS 구성을 통한 요금경쟁력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중으로 LG텔레콤이 합류하게 되면 경쟁사 대비 저렴한 QPS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생색내기용 결합상품은 ‘안녕’
사실 지난해 사업자들이 선보인 결합서비스 중에는 ‘생색내기용’ 상품이 많았다. 특정상품 이용, 약정할인 등의 조건을 붙이고 기본서비스는 결합상품에서 제외시키기도 했던 것. 그렇다보니 아직 결합상품은 고객들에게 그다지 매력 있는 서비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사업자별로 결합상품 출시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점차 생색내기식 서비스를 탈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T-KTF의 경우 그동안 아껴두었던 일반전화는 물론, 인터넷전화까지 포함되는 결합상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SK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 인수로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강력한 결합상품을 선보인다는 태세다.
아직 결합상품을 선보이고 있지 않은 LG텔레콤도 “이와 시작할 바엔 확실히 한다”며 경쟁사보다 요금경쟁력을 확실히 가져가는 것은 물론, 가입이나 해지 시에도 전혀 불이익이 없는 상품을 검토 중에 있다.
이제 결합상품은 국내 통신시장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메인스트림이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결합상품이 가입자 유지를 위한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었다면 이제는 경쟁을 위한 기본 조건이 됐다. 그리고 향후 몰아칠 결합상품의 쓰나미에 소비자들은 주판을 두드리며 행복한 고민을 준비해야 될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