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에는 결합상품 시장을 놓고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돌고 있다.
올해부터 결합상품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통신서비스업체들은 다양한 결합서비스 상품 보따리를 잇따라 풀어 놓고 있다.
특히 결합상품과 맞물려 업체간 인수, 합병 바람까지 가세돼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은 커다란 소용돌이 휘말려들고 있다.
이에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 주도권 경쟁의 첫 시험무대로 부각된 결합상품의 메가트렌드를 주요 통신서비스업체의 결합상품 전략을 통해 조망해 봤다.
◆[KT-KTF] 최강의 인프라에 백화점식 상품 구색
KT는 올해 지난 6년간 마의 장벽처럼 버티고 선 12조원 매출 달성을 기필코 완수해 내겠다는 배수진 경영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다.
KT는 지상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매출 12조원 달성을 위한 선봉장으로 결합상품을 내세웠다.
사실 KT는 향후 전개될 결합상품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사업자로 꼽히고 있다.
기업의 규모는 물론 현재 보유하고 있는 통신서비스 인프라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이동통신 2위 사업자이자 자회사인 KTF도 든든한 우군이다.
유무선을 망라한 통신인프라를 구비하고 있는 KT그룹은 그만큼 결합상품 시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다.
실제로 최근 KT그룹의 결합상품 행보는 `대규모 물량공세` 형태를 띠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두 가지 상품을 합친 DPS 서비스(`메가패스+SHOW`, ‘메가패스+메가TV` 등)에 그친 반면 올해는 TPS(일반전화+메가패스+메가TV 등)를 넘어 QPS(일반전화+메가패스+메가TV+SHOW)로 결합상품의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전화까지 결합 총 5개의 통신서비스를 합친 서비스도 출시 준비 중에 있다.
올해 출시가 확실시되고 있는 결합상품만 7개로 기존 결합상품과 합칠 경우 두자릿 수 이상의 결합상품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결합상품 백화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KT가 그동안 아껴왔던 히든카드이자 가공할 만한 흡인력을 지닌 유선전화와 함께 유선시장을 갉아먹는 부메랑이 될 수 있는 인터넷전화까지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그동안 보여 왔던 소극적인 자세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KT의 입장에서 지금까지의 결합상품 경쟁은 전초전이자 탐색전에 불과하다. 이제 최정예 정병을 모두 징발, 결합상품 대전에서의 승리를 위해 총동원령을 내린 것이다.
KT는 여기서 더 나아가 M&A,통신규제 완화 등에 따른 통신서비스 시장 구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KTF와의 합병 카드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이미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가 기정 사실화 된 마당에 KTF와의 합병을 견제할 명분은 사라졌다.
이 가정이 현실화되면 KT그룹이 엮어낼 결합상품은 가히 빅뱅에 가까운 폭발력을 지니게 된다.
즉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 와이브로 무선상품까지 현재 국내에서 구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통신서비스 상품이 망라될 수 있다. 고객 니즈에 부응한 어떠한 결합 상품도 내놓을 수 있는 결합상품 라인업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KT는 합병이란 발톱을 숨기고 현재 40만명 수준의 결합서비스 가입자를 연말까지 200만 정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결합판매 규제 고시 시행 이후 DPS 중심의 결합서비스를 처음 출시, 가입자 확대보다는 시장을 탐색하고 경험을 축적하는 데 의미를 두었다면, 올해는 기존 고객 lock-in과 신규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결합서비스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다소 느긋한 말로 결합상품에 대한 공식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SK텔레콤] 이동통신 패권적 지위 최대 활용
SK텔레콤은 통신 결합상품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잠룡이다.
현재 이동통시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인 지위를 활용해 유선상품을 곁들인 결합상품을 선보일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전망과는 달리 아직 SK텔레콤의 결합상품은 시장에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 `휴대인터넷+초고속인터넷`, `위성DMB+이동전화` 등 3 종류의 DPS 서비스를 가지고 있지만 특정 서비스상품에 편중돼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가입자는 20만명 남짓한 실정이다. SK텔레콤 명성에는 초라한 성적표다.
자체 유선인프라가 마땅치 않아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의 경쟁사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가입자 기반이 약한 MSO들과 제휴해 제공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인 듯 싶다.
결국 SK텔레콤 입장에서 확실한 유선인프라 보유는 최대 현안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하나로텔레콤 인수는 SK텔레콤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안이자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의 판도를 뒤바꾸어 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제 SK텔레콤은 그토록 호시탐탐 노리던 하나로텔레콤을 손안에 넣게 됐다.
SK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기점으로 결합상품 공세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 역시 궁극적인 목표는 QPS 서비스.
하나로텔레콤 인수 이후 SK텔레콤이 선보이게 될 결합서비스는 초고속인터넷, 일반전화, IPTV에 이동전화 등 각각의 개별상품을 묶어 판매하고 이에 따른 요금할인을 제공하는 번들링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 역시 초기 결합상품 경쟁 구도는 단순 번들링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후 SK텔레콤은 결합상품 시장이 무루 익어갈 무렵에 개별상품의 묶음은 물론 서비스와 네트워크 측면에서 결합의 강도를 높여 각각의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사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을 세워놓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한 물리적 형태의 결합에서 탈피, 네트워크 간 유기적 연계 및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 반영된 화학적 형태의 컨버전스형 결합상품을 선보인다는 중장기 로드맵도 세우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을 살펴볼 때 SK텔레콤은 하나의 단말기로 여러 통신서비스를 연동하는 통합단말기 출시 및 콘텐츠 서비스와도 연동된 결합상품을 계획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눈이다.
한편 SK텔레콤은 “아직 결합서비스 시장에서 많은 상품을 선보이고 있지는 못하지만, 하나로텔레콤 인수 이후 다양한 결합상품이 검토될 것이며, 향후 결합상품 종류를 더욱 다양화 해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가겠다”라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인수라는 거사를 진행하고 있는 지금 경쟁사를 자극하거나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자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나로텔레콤] 하나TV 중심의 TPS 선구자 입지 강화
현재 결합서비스 성과 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사업자가 바로 하나로텔레콤이다.
하나로텔레콤은 지난해 1월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 IPTV를 묶어서 판매하는 ‘하나세트’ 상품을 20% 할인된 요금에 시장에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특히 당시 법제화 문제로 타 사업자들이 소극적으로 진행하던 IPTV 서비스 분야에서 VoD 기반의 Pre IPTV 서비스인 ‘하나TV’를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결합상품 가입자들을 빠르게 끌어 모았다.
현재 하나로텔레콤이 선보이고 있는 결합서비스는 초고속인터넷+전화+하나TV 형태의 TPS와 초고속인터넷+하나TV, 초고속인터넷+전화 형태의 DPS 등 총 3가지다.
양적으로만 보았을 때 결합상품의 종류가 다양한 것은 아니지만 하나TV를 전면에 내세우며 초반부터 기세몰이를 해온터라 약 150만명의 결합서비스 가입자를 모집해 놓은 상태다.
하나로텔레콤의 올해 결합상품 전략은 SK텔레콤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는 만큼 이제 두 회사가 연합전선을 형성, 결합상품 시장을 대응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본격적인 인수작업이 진행되지 않는 만큼 하나로텔레콤 역시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결합서비스 전략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SK텔레콤과 합세 초고속인터넷, 전화, IPTV, 이동전화로 이어지는 QPS 출시는 거의 확실시되며 조속한 시일내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하나로텔레콤은 향후 SK텔레콤과 사업 시너지를 면밀히 분석해 새로운 결합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지만 인수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현재의 결합상품인 `하나세트`의 입지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IPTV 실시간 방송 등 하나TV를 중심으로 한 TPS 서비스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해 SK텔레콤의 상품과 결합했을 시 최고의 시너지 효과가 나오도록 담금질해 둔다는 구상이다.
현재 하나로텔레콤과 SK텔레콤의 결합상품 가입자 합산치가 170만명 안팍인 것을 감안할 때 두 사업자가 올해 기록할 가입자는 250만명을 족히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세트’라는 TPS 서비스로 1조8,683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치 매출을 기록하며 결합상품 성공스토리를 쓴 하나로텔레콤. 그들이 남들보다 앞서 쌓아온 결합상품 시장 지위와 경험은 SK텔레콤이란 파트너를 통해 더욱 강력하게 표출될 전망이다.
◆[LG데이콤] `myLG070`, `myLGtv` 듀엣에 승부
LG데이콤은 경쟁사업자들에 비해 조금 늦게 결합서비스를 선보인 후발주자다.
또 결합상품 역시 경쟁사와는 사뭇 다른 형태의 TPS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경쟁사들이 TPS로 일반전화+초고속인터넷+IPTV를 구성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반전화 대신 인터넷전화를 결합서비스의 주 공격수로 내세우고 있다.
LG데이콤은 하나의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통해 인터넷, 전화, TV의 세가지 서비스가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TPS라고 말하고 있다.
LG데이콤은 뒤늦게 TPS 서비스를 선보인 만큼 추가적인 결합서비스를 선보이기보다는 지금의 결합상품에 주력한다는 포석인 듯 싶다.
이를 위해 LG데이콤은 올해 CEO 직속의 별도 TPS 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TPS 사업을 강화하고, 현재 20만인 가입자 기반도 더욱 확대해 ‘진정한 TPS 선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을 짜고 있다.
특히 저렴한 요금제로 시장에서 재미를 보고 있는 인터넷전화 `myLG070` 서비스를 통해 유선 음성시장의 매출을 확대하고, 최근에 출시한 IPTV 서비스인 `myLGtv`로는 HD콘텐츠 확보를 통해 새로운 통방융합 분야의 신규 매출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LG데이콤은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핵심장비인 DOCSIS 3.0을 조만간 도입해 일반 가정집에도 프리미엄급 인터넷 품질을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정리하면 LG데이콤의 결합상품 전략은 `저렴한 인터넷전화`, `HD IPTV 콘텐츠`, `아파트 및 일반가정에 100M 인터넷서비스` 등 각 서비스의 품질 고도화를 통해 결합서비스의 자체 경쟁력을 높여가는 것으로 가닥이 모아진다.
여기에 인터넷 전화의 경우 올해 집전화와 인터넷전화 사이의 번호이동제 시행이 진행되는 만큼 이를 계기로 마케팅 활동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결합상품 시장을 두고 각 통신사업자들이 연대를 형성하는 것에 대응, LG데이콤은 LG계열 통신3사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LG파워콤과의 협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LG데이콤과 LG파워콤은 myLGtv 콘텐츠 확보를 위해 700억원을 공동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현재 진행중인 Xpeed 광랜 등 100M급 서비스지역 확대는 myLGtv 서비스 고도화를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나아가 LG데이콤은 올해 LG파워콤과의 합병도 고려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LG텔레콤은 LG통신그룹 연합전선에 아직까지 참여하고 있지 않다.
지금은 결함상품 시장 흐름의 향배를 주의 깊게 탐색할 때라는 게 LG텔레콤의 입장인 듯하다.
하지만 LG데이콤이 주도적으로 시장 상황을 고려 결합서비스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LG파워콤 및 LG텔레콤에 협력의 손짓을 보내고 있어 머지않아 LG텔레콤 연대 동참은 시간만을 남겨놓은 사실상의 팩트다.
만약 LG그룹 계열 통신 3인방이 연합군을 형성해 결합시장에 본격 나설 경우 올해 150만명 이상의 가입자 확보도 무난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과 묶이고 KT와 KTF의 연대가 가시권에 들어온 이상, LG그룹 통신 3사의 연합전선은 발등의 불로 다가오고 있다.
◆[LG텔레콤] 제대로 깎아주는 결합 상품 구상
LG텔레콤은 아직 이렇다 할 통신결합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올해 결합상품 시장에서 그 행보를 가장 유심히 지켜봐야 할 업체는 LG텔레콤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통신서비스 시장구도와 관련 ‘2강 1중 구도냐?’, ‘3강 구도냐?’를 놓고 전망이 분분하다.
그리고 LG텔레콤이 결합상품 시장 대응 수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점치고 있다.
좀 비약하자면 LG텔레콤은 향후 결합시장, 아니 국내 통신서비스 판 자체를 뒤흔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 LG텔레콤은 지금 당장 결합상품 시장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리비전A 활성화라는 현안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LG텔레콤은 리비전A의 활성화를 위해 올해 1분기 안에 지금 CDMA 1X 수준의 품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년보다 12%가량 증가한 7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하기도 했다.
LG텔레콤의 결합서비스 시장 진출은 이 리비전A 서비스가 비교적 안정권에 들어갔다는 판단이 있은 후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시기는 정황상 올 3분기경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물론, LG텔레콤이 리비전A 활성화의 일환으로 빠르게 결합상품 경쟁에 뛰어들어 ‘TPS+리비전A’ 결합상품을 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LG텔레콤이 결합서비스 시장에 진입 LG데이콤, LG파워콤과 협력관계를 구축할 경우 LG통신진영은 비로소 QPS 서비스 체제를 갖추는 효과를 얻게 된다.
KT-KTF, SKT-하나로텔레콤 진영에선 이미 QPS 체제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관측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LG텔레콤은 비록 통신결합 상품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비통신 서비스와 결합된 생활밀착형 서비스 부문에서는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LG텔레콤은 지난해 ‘항공마일리지’, ‘주유할인 프로그램’ 등 비통신 서비스들과 결합한 컨버전스형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 순수 증가가 80만명에 이르는 등 시장에서 톡톡한 재미를 맛보았다.
반면 LG데이콤은 내세울 만한 컨버전스 서비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LG텔레콤은 LG데이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파트너인 셈이다.
LG텔레콤은 시장 상황을 보고 결합상품 시장 진입 시기를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단 시장에 진입하면 경쟁사대비 확실한 요금경쟁력을 선보이겠다는 강한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를 위해 LG텔레콤은 가입이나 해지에 따른 불편이 없고 요금 인하와 마일리지 적립 등 실생활에서 지출이 줄어드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결합상품을 검토 중에 있다.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 부터 상품 구성을 모색하겠다는 것. 이는 지금의 LG텔레콤은 결합상품 시장의 주변인으로 있지만 결코 뒷짐만 쥐고 있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