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실용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한 이명박 정부가 힘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모든 분야가 두루 발전해야 하겠지만 특히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교육 개혁과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이라 하겠다.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과학기술 경쟁력 확보는 향후 20∼30년 뒤 우리 사회의 미래와 국가적 역량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세계 각국이 국가 차원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과학기술 분야의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난 10년간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는 파행적 교육제도로 인해 공교육 현장에서 과학기술교육은 침체와 퇴보를 거듭해 온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이 새 정부에서도 개선되지 못하고 답습된다면 정말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아무런 비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공교육 현장에서부터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과학교육이 이루어지고 이를 토대로 한 과학적 인식의 확산, 과학자를 존경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가 하루빨리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 인력의 양성과 원천기술, 거대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중장기 마스터 플랜이 조속히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국회도 중앙정부의 이 같은 노력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과학기술 및 연구개발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입법활동 및 정책개발을 역동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회가 이러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적 역량을 갖춘 국회의원이 어느 정도는 진출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 곧 임기가 끝나는 17대 국회에는 지역구 국회의원 중 과학기술이나 연구개발 또는 산업현장 종사 경험이 있는 과학기술 계통 전문인 출신이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 20명 중에도 의대 출신을 제외한다면 순수 과학기술 계통 출신 의원은 비례대표 단 두 명에 불과할 정도다.
이런 사정들이 결국 이번 정부개편 과정에서도 국가의 과학기술정책을 주도하는 과학기술부가 폐지되는 등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의 부족사태를 야기한 가장 큰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최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를 비롯한 53개 과학기술 관련 학회 및 단체는 여야 각 정당대표에게 이번 4월 9일 총선에서 지역구 및 비례대표의 10% 이상을 과학기술계 인사로 안배해 줄 것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는 과학기술계 내부에서도 국가적 과학기술 현안의 의사결정과 지원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전문인사가 국회에 진출해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국회도 전문성이 강조되면서 전문직역 출신들의 진출이 점점 늘어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경제 전문가, 법조인 출신은 지나치게 많을 정도가 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공천신청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법률 전문가와 경제 전문가가 너무 많이 몰려 그 전문성이 빛을 잃을 정도라 한다.
바라건대 새 정부와 임기를 거의 같이 하게 될 제18대 국회에는 최소한의 인력이라도 과학기술계 전문인사가 진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대민접촉 능력이나 정치권내에서의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과학기술계 전문인력에게 각 정당과 정치권의 의식 있는 배려 그리고 국민의 성원이 매우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박영아(명지대 물리학과 교수, 한국물리학회 부회장) youngah@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