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지식 창조형` 인재를 양성하자

[월요논단]`지식 창조형` 인재를 양성하자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를 이끌어오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이번 신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모두 폐지됐고 그 업무는 여러 부처에 분산됐다. 국가성장을 견인해온 IT 분야와 국가 미래 경쟁력을 창출해낼 과학기술 분야가 이런 홀대를 받아도 되는 것인지, 이런 분산된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할지, 과학기술인들은 마음이 착잡하다.

 새롭게 과학기술 정책을 만들어가야 하는 공무원들 처지는 더욱 난감할 것이다. 새로운 조직에 잘 적응하는 것도 어렵겠지만, 그 조직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정책을 변형시키다 보면 기본 방향을 잃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다. 더욱이 ‘선진화’와 ‘경제 살리기’를 국정의 목표로 삼은 가운데 단기지표에 치중하다 보면 과학기술 연구개발은 뒷전으로 미뤄지기 십상이다.

 그럴수록 기본에 충실해야만 일관성 있는 과학기술 정책을 펼 수 있게 된다. 실제로 10년, 20년 후를 내다본 ‘선진화’와 ‘경제 살리기’라면 과학기술이 그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새 정부가 지향해야 할 과학기술 정책 과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새 정부는 장차 지식기반 과학기술 시대를 주도해 나갈 ‘지식 창조형’ 인재 양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것은 과학기술계는 물론이고 인문사회계도 마찬가지다. 모방·추적의 단계를 벗어나 개척·선도의 단계로 연구가 진입하려면 창조적 인재 양성이 관건이다. 둘째, 우수한 학생들의 이공계 유입을 위한 노력 또한 적극적·전향적으로 지속해야 한다. 과학기술자들의 예우 향상은 물론이고 이공계 공직진출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새로운 동기부여 방법들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자칫, 과기부·정통부를 폐지한 것이 제2의 이공계 위기를 불러오는 일은 없도록 경계해야 한다.

 셋째, 국가 과학기술 정책과 전략을 전문적·장기적 구도에서 수립할 수 있는 상설 ‘싱크탱크’ 그룹들을 양성해야 한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상임위원 조직으로 강화하고 과학기술 및 공학한림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다. 넷째, 과학재단 및 학술진흥재단의 통합 기구를 비롯한 모든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단체들을 민간 주도형으로 운영해야 한다. 공무원 출신을 파견해 수장을 삼으면 정부부처에 예속돼 본연의 임무 수행을 그르칠 우려가 크다. 최적의 민간 전문가를 찾아 임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국책 연구기관들이 제대로 기능하고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위상을 정립해 주어야 한다. 능동적으로 산업체 또는 대학과 함께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준다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예산 편성, 종합 기획 조정, 평가 기능을 모두 하나의 부처에 귀속시켜 전문가에 의한 효율적인 예산 집행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일곱째, 수학 과학 교육을 강화하고 문·이과 구분을 실질적으로 철폐해 지식 및 과학기술 융합시대에 부합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상당 수준의 수학·과학 과목과 인문 사회 과목을 모든 학생이 공통 학습함으로써 선진사회를 향한 기반을 다져야 한다.

 어떤 과제는 교육과학기술부 체제하에서 더 효과적인 실행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교육현안에 매몰돼 과학기술이 뒷전에 미뤄질 가능성이 크므로 정부조직차원의 대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며 ‘과학기술보좌관 겸 국가CIO’를 두어 청와대 조직을 보강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이병기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상임대표

 bl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