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 그룹의 디지털 콘텐츠 사업의 밑그림이 하나하나 그려지고 있다. 대성은 이미 그룹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신재생 에너지와 함께 콘텐츠 분야를 꼽고 집중적인 투자에 나선 상황이다. 대성은 출판에서 음악·영화에 이어 게임까지 콘텐츠 허브를 위한 기본 토대를 끝마쳤다. 김영훈 대성 그룹 회장(57)은 전자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콘텐츠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라며 “투자 조합 결성에서 기업 인수합병까지 다양한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대성은 2006년부터 영화 사업에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올린 상태다. 2003년 100억원 펀드를 결성한 이 후 2005년에서 올해까지 집중적으로 투자해 기대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 게임 분야도 2006년 2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해 GNP 엔터테인먼트 ‘온 에어’ 게임에 투자해 해외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성과를 올렸다. 디지털 음악 쪽에도 관심이 높아 120억원 규모 음원 전문 펀드를 올해 1월에 새로 조성했다. 이들을 실어 나를 플랫폼의 하나로 인터넷 포털 코리아닷컴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영화·음악·게임 등 모두 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키울 수 있는 핵심 자산”이라며 “콘텐츠 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출판 분야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올해는 출판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인수 합병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입맛에 맞는 기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패션과 디자인 분야도 무형 콘텐츠로 전망이 밝아 조만간 뛰어들 계획이다. 전 문화콘텐츠진흥원 서병문 원장을 고문으로 초빙해 콘텐츠 싱크 탱크 역할도 맡기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가 미래를 짊어 질 핵심 자원이라는 소신도 뚜렷하다. 그는 이를 ‘효녀 산업 이론’으로 풀이했다.
“콘텐츠는 ‘효녀 산업’입니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효자 산업’ 즉 반도체·자동차·조선 등이 이끌어 왔습니다. 이들은 중후 장대, 덩치가 크고 돈이 필요하며 엄청난 선투자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반면 효녀 산업은 다릅니다. 투자도 필요하지만 기본 경쟁력은 우수한 인재, 소프트한 마인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선진국은 이 분야를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성패가 갈릴 것입니다.”
그가 콘텐츠를 ‘효녀 산업’이라고 말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김 회장은 콘텐츠 중요성을 중국에서 불현듯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류’로 중국이 시끌벅적할 때 마치 심봉사가 ‘심청’이라는 효녀 때문에 눈이 번쩍 떴 듯이 콘텐츠의 위력을 실감했다는 것. 김 회장은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스타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작게는 그룹을 위해서지만 결국 국가를 위한다는 기조에서 콘텐츠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회장은=
5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경기고를 거쳐 75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81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법학과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귀국 후 83년까지 씨티 은행 서울지점에서 근무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한때 목회자의 길을 꿈꾸기도 했다. 95년부터 대성그룹 기획 조정 실장을 맡아 경영 일선에 나섰고, 대성산업 사장을 거쳐 2001년 대성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