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기업에서 출시한 신차가 고가인데도 많이 팔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차에는 세계적인 명차와 대응하기 위한 각종 첨단장치로 앞차와의 거리를 인식,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스스로 조절하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 및 DIS(Driver Information System)라는 운전자 통합정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첨단기술의 중심에 IT가 있다는 뜻이며 이처럼 IT를 기반으로 한 산업 간, 기술 간 융합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융합시대에 대비한 국가전략을 세워 실행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02년 나노·바이오·IT·인지과학(cognitive) 기술을 중심으로 한 NBIC 전략을 마련해 미래 융합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도 IT·바이오·나노 등이 융합된 신산업 창출과 관련 기술 개발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도 융합기술이 논의될 때 IT가 언제나 중심에 있는 것은 그 역할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며 IT가 별도 산업으로 존재했던 과거와 달리 이미 모든 산업의 기반기술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융합시대에서 IT융합 기술은 크게 IT가 주축이 되고 타 분야의 기술을 흡수하는 △IT주도의 융합형(드라이버형)과 타 산업이 주도하고 △IT가 지원하는 융합형(서포터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IT 주도 융합은 타 기술을 흡수해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는 형태다. 이의 좋은 예가 지능형 로봇이다. 전통적으로 로봇은 기계 산업으로 구분됐으나 최근의 로봇산업은 IT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전자산업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많다.
IT 융합의 두 번째 형태는 IT가 서포터 역할을 하는 것으로 e뱅킹·자동차·바이오 등과 같이 기존 산업 형태는 유지되면서 여기에 IT 융합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비IT 분야의 전문가가 IT를 습득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명공학과 IT가 융합해 신약을 개발하거나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자동차 산업에 IT를 접목해 최첨단 자동차를 탄생시키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드라이버형이건 서포터형이건 우리나라가 IT 융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IT 자체가 세계 최고 수준이어야만 한다. 일부에서 IT는 이미 세계 최고며 앞으로는 각 산업분야에서 융합기술 형태로만 다루면 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IT 자체가 끝없이 진화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데에서 오는 오해다. 따라서 지속적인 R&D 투자로 IT 자체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이것이 타 산업 분야로 흘러넘치도록(spill over)해야 한다.
이 같은 전제 하에서 우리나라가 이룩한 IT 강국의 위상을 지키고 신정부가 이야기하는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조속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융합시대에 대비한 인재 양성과 미래 융합형 기술개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융합시대에 적합한 인재는 기본적으로 전공 분야의 심도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타 기술 지식을 갖춰야 하며 이미 도요타에서는 T자형 인재, 삼성에서는 π형 인재로 정의, 양성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도 융합시대에 대비해 기초 학문의 전공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의 학제적인 교육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해 각 산업의 특성과 융합기술 발전방향을 이해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담당해야 한다.
또 정부는 산재된 IT 정책수립 기능을 하나로 모아 강력하고 신속한 IT 융합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통한 IT 기반 융합기술의 개발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IT 기반 융합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인재양성이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체계적으로 호흡을 맞추어 나아갈 때 우리나라의 융합산업이 국가 경제의 중심에 서고 세계 융합기술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성옥 정보통신연구진흥원장 solee@iita.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