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외산 방송장비의 수입관세를 감면해주도록 한 조세특례조항이 국산 방송장비 업계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에도 일부 적용돼 오히려 국산 장비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118조에 의거해 수입관세의 50%를 감면해 주는 외산 방송장비는 총 53개 품목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가운데 디지털인코더와 방송용 HD모니터, 애널라이저 등 무려 20개 이상의 품목은 국내에서도 생산하고 있는 품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방송사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장비의 수입관세를 감면해 주도록 한 법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며 “조세특례제한법 118조가 국산 장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외산 장비업체 가운데는 국내 기업보다 후발주자인데도 이 같은 관세혜택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외산 방송장비의 수입관세는 8%로 관세감면 혜택을 받는 품목은 4%의 관세만 내면 된다. 방송장비가 상당한 고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가격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방송용 HD모니터는 국산업체가 9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버젓이 관세감면 품목에 포함돼 있어 해당 업체는 외국 업체와 힘겨운 가격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D모니터 업체인 티브이로직의 이경국 사장은 “JVC를 비롯한 외산 HD모니터 업체들이 최근 2년 사이에 24인치 모니터 가격을 20% 가까이 인하해 우리도 같은 기종의 가격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할 관세법이 거꾸로 외국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충연 디티브이인터랙티브 사장은 “중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산 방송장비에 17%에 이르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며 “중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내에서 생산되는 장비의 관세감면 혜택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해외 시장에는 공급하면서도 정작 국내시장에서는 가격 때문에 공급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국산 장비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외산장비의 관세감면 정책을 철폐해 달라”고 요구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이처럼 업계의 불만이 높아지자 “지난 2006년 12월 관세감면 대상을 68개 품목에서 53개 품목으로 축소한 바 있다”며 “상반기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늦어도 8월 이전에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장비는 제외하는 방향으로 관세감면 혜택 품목을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세감면 방송장비 중 국산업체가 생산하고 있는 품목
- 품명 --- 국내제조업체 --- 모델명
- 디지털인코더 --- 다림비젼 --- MB4012xp H.264 등
- 가상스튜디오 장비 --- 다림비젼 --- VS2000 등
- HD 모니터 --- 티브이로직 --- LVM 시리즈
- 엠펙분석기 --- DTV인터랙티브 --- DSA100
김순기기자@전자신문, soonkkim@ 안석현기자@전자신문, ahngi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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