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종주국 `아성`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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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e스포츠’ 위상과 사업이 수 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를 제외한 중국·일본 등 다른 나라는 시작은 늦었지만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우리를 훨씬 앞서가고 있다. 이 때문에 ‘e스포츠 종주국’ 이라는 명성에 흠집이 생기고 있으며 자칫 e스포츠 주변국으로 전락할 가능성 마저 나오고 있다. e스포츠 출범 10년을 앞두고 있지만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e스포츠는 ‘스타크 리그’ 수준 = 문화부와 e스포츠 협회에 따르면 e스포츠 규모와 위상은 2005년 정점을 찍은 이 후 날로 추락하고 있다. 대회 규모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상금 규모가 99년 첫 대회 당시 15억원에서 2001년 30억 원, 2005년 50억 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 후 2006년 33억 원, 지난 해에도 전년 수준에 그쳤다. 올해로 출범 10년을 맞지만 아직도 e스포츠 인지도도 크게 낙후한 상태다. 게임 마니아 사이에서도 스타크래프트는 알지만 e스포츠는 생소하다는 반응이다.

 게임업계는 “최근 시장조사업체가 게임 사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스타크래프트를 알고 있는 대상자는 97%인 반면 e스포츠는 38%만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도 날로 축소되고 있다. 문화부 측은 “2008년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원래 예상했던 ‘국산 게임 글로벌 리그와 국제 대회 종목선정 지원 예산’ 10억 원을 모두 삭감했다”고 말했다.

 ◇해외는 ‘e스포츠’ 열풍=이에 반해 다른 나라는 e스포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중국은 e스포츠를 99번째 정식 체육 종목으로 선정할 정도로 전폭적인 지지를 하고 있다.

 최규남 게임산업진흥원 원장은 “중국은 정식 체육 종목으로 선정한 데 이어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인 행사의 하나로 e스포츠를 시연할 정도로 정책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정부 중심으로 ‘일본 e스포츠 협회 (JESPA)’를 출범하고 일본 주도의 전세계 e스포츠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밖에 ‘미디어 황제’ 루퍼드 머독이 최근 시작한 ‘CGS(Championship Gaming Series)’을 글로벌 e스포츠 대회로 육성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e스포츠 마스터플랜 시급=권준모 게임산업협회장은 공공연히 스타크래프트 리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e스포츠 대회를 방치하면 중국에 e스포츠 헤게모니를 그대로 내줄 것이라며 e스포츠 산업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e스포츠를 사실상 총괄하는 협회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나치게 구단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우물 안 사업’에 그치고 있다는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블리자드 등과 e스포츠 종목을 놓고 명쾌한 해법을 찾지 못할 정도로 대외 협상력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협회 주도의 리그 뿐 아니라 새로운 리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며 ‘제3의 리그’까지 논의되고 있다.

 문화부 이영열 팀장은 “e스포츠를 둘러싼 정책 지원과 관심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게 사실” 이라며 “종주국이라는 위상답게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용어>e스포츠(Electronic sports)’란 = 실제 세계와 유사하게 구현한 가상의 전자 환경에서 정신과 신체적인 능력을 활용해 승부를 겨루는 모든 여가 활동을 통틀어 말한다. 대회 또는 리그를 포함해 전파를 통해 중계하는 모든 콘텐츠를 포함하며 이와 관련한 커뮤니티 활동 등 사이버 문화 전반도 e스포츠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