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e스포츠 종주국마저 흔들리나

 우리가 세계에 자랑하는 대표적 상품 중 하나가 게임이다. 전국에 깔린 초고속인터넷망은 단기간에 우리를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 만들었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세계 1위 상품 131개 중에도 게임은 당당히 들었다. 수출 실적도 높아 작년에는 영화보다 30배 정도 많은 8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온라인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e스포츠도 우리가 종주국이다. 얼마 전에는 북한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e스포츠대회가 열려 남북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e스포츠 위상이 과거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변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e스포츠 위상과 규모가 지난 2005년을 정점으로 날로 하락하고 있는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실제로 대회 규모를 보여주는 상금이 첫 대회인 1999년 15억원에서 출발, 2001년 3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05년에는 50억원대까지 높아졌지만 이후 30억원대로 급감했다.

 정부 예산도 줄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책정됐던 10억원의 e스포츠 관련 예산이 결국 삭감당했다. e스포츠가 등장한 지 10년째지만 인지도도 낮다. 대표적 온라인게임인 ‘스타크래프트’보다 낮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인기 있는 특정 게임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저변이 얇은 것도 흠이다.

 게임 종주국인 우리가 이런 사면초가에 처해 있는 반면에 중국·일본 등 경쟁국은 e스포츠 주도권을 쥐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e스포츠를 아예 99번째 정식 체육 종목으로 선정할 만큼 전폭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오는 8월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메인 행사 중 하나로 이를 시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용자도 5000만명이 넘으며 최근 몇 년 새 잇따라 국제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일본도 정부 주도로 ‘e스포츠협회’를 결성하는 등 중국과 한국을 따돌리고 e스포츠 강국이 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몇 년 전만 해도 e스포츠를 우리의 차세대 먹거리로 생각했다. 지난 2004년 문화부는 우리나라가 e스포츠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e스포츠 종주국을 위한 정책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문화부는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인프라를 조성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법제도와 지원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비전이 나온 지 몇 년 됐지만 우리나라가 e스포츠 종주국을 굳히기는커녕 점점 그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e스포츠는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높일 뿐 아니라 새로운 수출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적극 육성해야 한다. 몸으로만 해야 스포츠가 아니다. 지금은 지식 기반 사회다. 지식과 두뇌가 고부가 스포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마침 문화콘텐츠 강국을 이루겠다는 새 문화부 장관이 취임했다. 우리가 세계 e스포츠를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는 하루빨리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