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소외된 이웃들에게 컴퓨터와 휴대폰 등 IT관련 지식을 전파하는 ‘IT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기쁘고 가슴 아팠던 일도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첫 강의를 잊을 수 없다. 내게 IT 강의를 요청한 곳은 시흥시의 한 ‘청소년 자활 지원관’이었다. 첫 강의를 잘 해낼 수 있을지 하는 두려움 속에서 ‘자활 지원관’이라는 글자가 들어있는 간판과 마주쳤을 때 순간적으로 ‘가난’과 ‘궁핍’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내가 이곳에서 할 일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IT를 교육받을 기회가 없었던 청소년들에게 OA 자격증을 취득해 자활의 기회를 갖게 해주는 것이었다. 며칠 전부터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지만 경험이 없는 초보자라는 사실과 낯선 환경에서 오는 긴장은 어쩔 수 없었다.
수업 시작 전 하나 둘 교육장에 들어 온 첫 제자들에게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선생님, 저도 남들처럼 자격증을 따고 취직할 수 있을까요?”라고 간절하게 묻던 청소년들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서야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비로소 깨달았다. 내게 주어진 일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반드시 ‘희망의 메시지’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TV에서 어렵게 사는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의 사연을 비출 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착잡한 마음으로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짧은 순간이거나 오랜 시간 동안 만난 사람 중에는 주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향기를 지닌 이들이 있다. 들에 피는 꽃 중에 100리나 떨어진 곳까지 향기를 풍긴다는 백리향처럼 나 역시 IT서포터즈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기쁨을 전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를 위해 나 자신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안순희 KT IT서포터즈 somebody@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