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이름을 날렸던 섬유·시멘트·비료산업이 30년을 버티지 못했고 1970년대에는 신발·화학·조선이 있었으나 이 역시 1990년대에 들어서 컴퓨터·반도체에 자리를 내줬다. 철강(39.7년)·조선(41.7년)·자동차(36.2년) 산업 등 주요 업종은 지난 10년 사이 평균 연령이 2.1∼3.3년씩 올라가고 있다. 지금은 IT와 인터넷이 국부 창출 원동력으로 떠오르면서 한 시대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곧 이들도 평균 30년이라는 산업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첨단에서 굴뚝산업으로 자리바꿈을 하게 될 것이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15년 정보통신부는 역사의 소명을 다하고 퇴장했다. 1984년 이래 수많은 정책과 시범사업이 기획됐다. 이 중 초고속 정보통신은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이용 국가로 만들었고 CDMA 역시 수출 산업 효자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런 시점에서 정통부를 막상 떠나보내며 뒤돌아보니 “보다 나은 IT강국을 위한 정책적 혜안과 미래 지향적인 기획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0년 전 이미 정약용은 ‘국가 정책은 100년을 내다보면서 마련하고 시행하라’는 말을 했다. 현실에서는 시범 사업이 불과 수년, 초고속국가망 사업기간이 최장 15년에 불과했다. 나름대로 노력해 재작년부터 정보사회진흥원에서는 2030년을 넘어 2050년까지 미래를 생각하며 유비쿼터스 대장정을 준비했다. 이런 새 정책을 반영하지 못한 채 정통부는 사라졌다. 변화무쌍하고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지금, 과거처럼 100년 세월을 상상하고 기획하는 것에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30∼50년 후의 미래사회를 내다봐야 한다.
며칠 전 총리 인준을 거쳐 신정부가 출범했다. 이번 실용 정부에서만큼은 거시적인 안목을 먼저 갖고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을 내다보면서 단계별 추진 계획을 수립했으면 한다. 미래 지향적인 정보통신의 발전과 유비쿼터스 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몇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첫째로 비전과 미션 제시 그리고 공유가 우선돼야 한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미래 키워드는 유비쿼터스 사회 구현이다. 이번 기회에 지난해까지 연구했던 2030년 미래 사회, 산업의 모습과 서비스 결과를 다시 추스르고 모두 반영해 총합 로드맵을 만들고 이를 공유해야 한다. 둘째, 인프라의 지속적인 투자와 구축이다. 인터넷 이용률이 세계 1위였다고 여기서 손을 놓으면 안 된다. 셋째, IT 트렌드를 읽고 기술을 선도하자. 세계는 지금 기존 정보통신 장비, MS 윈도 등 IT 1·2차 산업에서 구글과 같은 IT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진화 중이다. 미국·유럽은 최근 미래 인터넷 기술개발과 세계 표준을 선도해 기술개발과 응용 시스템 구축을 병행,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기존 전통 산업과 IT의 융·복합으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우리도 역시 여기에 편승해 관련 원천 기술개발 확보와 국제 표준을 선도해야 한다. 넷째, IT 전문인력 양성이다. 지금은 단순 프로그래머 양성보다는 창조형 지식인이 필요하다. 생산·개발 인력도 필요하지만 아키텍터·디자인 엔지니어와 같은 고급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별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IT 컨트롤 타워의 보강이다. IT를 담당하던 부처는 비록 없어졌지만 그 기능 자체는 각 부처로 녹아들었다. 최근에 와서는 토목·자동차·에너지 등 비IT 분야에 IT가 접목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위기와 맞물려 부처별 IT를 적극 수용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커졌다. 상당히 고무적이다. 다만 부처별로 IT 업무가 분산돼 전체를 보지 못하고 상호 연계성을 잃으며 독자적인 추진으로 국가 전체 균형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통부 공무원의 부처별 배치가 거의 끝났다. 그동안 고생 많았고 감사하다. 일등 정통부를 만들고 세계 최고 수준까지 가봤던 지금까지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이왕 새롭게 시작하는 것, 좀 더 미래를 내다보고 더 큰 세상을 꿈꿔주길 바란다.
신상철 한국정보사회진흥원 u-IT클러스터지원센터 단장 ssc@n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