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야심차게 선보인 이동통신 휴대방송 ‘미디어플로’가 사면초가에 놓였다. 서비스 가입자 수는 좀처럼 늘지 않는 가운데, 비슷한 모바일 비디오 방송 서비스들이 우후죽순처럼 출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비즈니스위크는 “미국 모바일 TV 시장은 두드려도 열리지 않고 있다”면서 “퀄컴은 미디어플로 서비스 관련 총체적인 전략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퀄컴이 이르면 연내 미디어플로 비즈니스를 완전 분사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도 제기됐다.
지난해 3월 버라이즌와이어리스가 퀄컴 미디어플로에 기반한 월 15달러, 8개 방송 채널을 선보였을 때만 해도 시장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었다.
AT&T 역시 늦어도 같은 해에 미디어플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퀄컴은 영국의 스카이브로드캐스팅과 손잡고 노키아 주도의 유럽형 휴대방송 ‘DVB-H’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버라이즌은 서비스 1년이 되도록 미디어플로와 관련한 어떠한 데이터도 내놓지 못했다. 버라이즌이 공급 중인 휴대폰 40개 중에서 TV 튜너 기능을 갖춘 기종은 4개로 줄었다. 가입자수는 많이 잡아도 수 만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경쟁사인 AT&T도 지난해 말 선보일 예정이었던 미디어플로 서비스를 구체적인 해명도 없이 두 차례나 연기했다.
M메트릭스 시무스 맥아티어 애널리스트는 “2008년이면 이동통신 사용자의 10%가 모바일TV를 볼 것이라는 기존의 시장 전망은 과대 포장된 것”이라면서 “현재 미국 모바일 비디오 서비스 시청 인구는 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유료 방송을 고집한 것이 미디어플로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스태트(In-Stat)가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대부분이 모바일 방송에 우호적이지만 월 15달러 추가 요금에 대해서는 80% 이상이 거부 반응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공짜 혹은 훨씬 저렴한 가격의 비디오 서비스가 몰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의 ‘유튜브’, 노키아의 ‘메데오(Medeo)’ 등 광고 기반 비디오 서비스들이 대표적이다. PC 못지 않은 성능을 자랑하는 스마트폰이 대중화하고 네트워크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 모바일 웹 브라우저를 통한 동영상 서비스들이 미디어플로에 직격탄을 날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고민이 깊어진 퀄컴은 미디어플로에 무료로 미리보기 기능을 추가했지만, 상황을 뒤집기에는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