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SNS, 장기전 채비 서두른다

 짧은 시간에 나스닥 상장, 대박이 터질 것 같았던 웹 2.0의 대표기업인 소셜네트워킹업체(SNS)들이 올 들어서는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페이스북·링크드인(LinkedIn)·슬라이드(Slide) 등 주요 SNS업체들이 확실한 수익 모델 부재와 미국발 경기 침체라는 이중고에 직면, 기업공개(IPO)를 하나둘씩 미루고 있는 것. 대신 ‘체력전’에서 견딜 수 있는 자금 확보와 신사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장외에서 SNS업체의 기업 가치가 급락한 것은 구글의 ‘폭탄’ 발언 이후다. 구글은 4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후 “(미국 1위 SNS업체인) 마이스페이스와 광고를 제휴했으나, 기대했던 만큼 많은 돈을 벌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크 마하니 시티그룹 수석 연구원은 “구글 발언 이후 SNS 기업 설명회에는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가 첫번째 질문이 됐다”고 말했다. 2010년까지 IPO를 미루기로 한 마크 주커버그는 “아직은 IPO를 할 때가 아니다”면서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상장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슈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라=갈 길이 멀어진 SNS업체들은 ‘실탄’ 확보에 신경 쓰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에 지분 1.6%를 넘기는 대신 2억6000만달러를 받았다. 슬라이드는 미국 경기 침체 직전인 지난해 말 또 한차례 펀딩(5000만달러 규모)을 받았다. 자금 확보 후 페이스북은 조직 정비 작업에 돌입했다. 제품 개발을 총 책임질 부사장 직제를 신설하고, 구글 중역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데려왔다.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음악, 영화업체와도 제휴를 확대 중이다.

 링크드인은 전문가 인맥 구축을 ‘슈퍼 애플리케이션’으로 내세울 예정이다. 펀드매니저, 변호사 등 각종 전문가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인맥 구축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단 나이 링크드인 CEO는 “CEO를 대상으로 광고하고 싶다면 링크드인을 찾아라”면서 “커뮤니티 회원의 평균 연령(41세)이 높고 수입도 많다 보니, 광고 클릭률도 높다”고 말했다. 최근 펀딩을 받은 슬라이드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임직원과 서버 확충에 거의 대부분의 자금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90년대 말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페이팔 전 CEO이자 벤처캐피털 창업자인 피터 타일은 “(닷컴 붐이 일었던) 90년대 말이라면 페이스북, 슬라이드, 링크드인 3개 업체 모두 IPO 성공했을 것”이라면서 “시장이 그만큼 급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침체가 오더라도 99년∼2000년과 같은 침체는 없을 것”이라며 “그들은 수년간 경기 침체에도 견딜 수 있는 ‘현금 쿠션’을 확보해 놓았다”고 평가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